유통계는 기존 시장질서의 파괴와 재편을 거치면서 어느새 온·오프라인 복합양상을 보이는 이른바 ‘퓨전유통’ 시대를 맞고 있다.
집단전자상가와 대리점으로 대변되는 전자유통의 양대축이 무너지고 양판점, 할인점, 온라인 유통이라는 신유통의 급성장에 따라 시장은 이미 다채널 경쟁시대에 들어섰다. 이러한 가운데 유통계는 신구 유통과 중소 유통을 망라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동시에 갖추고 둘 사이의 적절한 연계 및 이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 새로운 유통루트 및 시장형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변화의 기류는 오프라인 유통을 주도하는 대표격이라 할 전자상가에서 읽을 수 있다.
최근 전자상가에서는 오프라인 기반 아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중소 유통업체간 구매망 단일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회복, 구매정보 등을 교류할 수 있는 B2B사이트 개설 등을 통해 퓨전유통을 통한 생존노력의 모습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용산 상인들이 주주로 참여한 ‘용산넷(http://www.yongsan.net)’, 노트북PC 유통업체로 출발, 지방 노트북PC 및 디지털장비 업체를 인터넷으로 묶은 컴에이지B2B( http://www.comageb2b.co.kr), 전국의 컴퓨터 도소매 7500여개의 딜러를 대상으로 부품 공동구매에 나선 다나와(http://www.danawa.co.k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자상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오프의 조화를 통한 생존 노력의 일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매장 대형화 및 지방 상권을 겨냥한 출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일찌감치 막강한 자본력을 인터넷 쇼핑시장에 투입,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복합유통시대 개척에 들어갔다. 롯데는 롯데닷컴, 현대는 e현대, 신세계는 신세계닷컴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도소매뿐 아니라 e비즈니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 할인점들도 본격적으로 EC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E마트는 신세계닷컴을 통해, 삼성홈플러스는 ‘e홈플러스’ 사업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나가고 있으며 롯데마그넷과 월마트코리아도 이 사업에 참여했다.
게다가 기존 가전유통시장을 흔들며 주도권을 장악해 왔던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의 가전메이커도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로까지 제품 공급 루트를 다양화화해 시장환경 변화에 발맞춰 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온라인쪽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의 최근 조사에서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의 67.2%가 온·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같은 추세를 잘 말해준다. 온라인 유통업체로 출발한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도 오프라인 매장 및 전시장을 열거나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제휴해 온·오프라인 유통을 조화시켜 나가고 있다.
기존 시장의 파괴와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만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시대는 끝났음을 전자상가 상인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세운상가,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의 이름으로 명성을 이어온 전자상가는 90년대 이후의 하이마트, 전자랜드21 등 전문 양판점과 대형 할인점에 주도권을 내주었다. 게다가 최근 몇년 새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급성장 및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한 비교구매에 따라 전자상가의 최대 강점인 가격 경쟁력도 더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전자상가 상인들은 “이제 전자유통시장에서 집단전자상가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저없이 말하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