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통신이나 컴퓨터·의료 분야의 경박단소화를 위해서는 고정밀 나노구동기관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 조영호 단장(45·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은 최근 극미세 생체근육의 구조와 동작원리를 응용해 광신호 및 바이오물질 정보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나노구동기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는 이번 기술 개발이 ‘IT-BT-NT’ 융합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고부가가치제품 상용화의 시발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노구동기관 분야에서는 그동안 극미세 물리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데다 극미세 구동신호의 잡음 영향 및 미세가공 공정의 제작 오차 데이터와 미세소재 물성에 관한 원천기술 등이 없어 밀리미터∼마이크로미터의 비교적 넓은 구동 범위에서 나노미터급 구동 정도를 유지하는 기술 개발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조 단장은 근육조직이 액틴과 미오신간에 발생하는 생물학적 디지털 단위 구동을 생체조직의 구조변조 특성을 이용해 복잡하고 정교한 구동으로 변환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생체근육을 모사한 나노구동기관 개발에 매달리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나노영역에서의 생체(나노바이오)운동을 공학적으로 모사하는 데 성공, 광자 및 나노바이오물질을 나노미터 단위로 제어하고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극미세 나노구동기의 실현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광통신이나 무선통신·망막 디스플레이·정보저장기·유전체 및 단백질 정보분석·물질 합성 및 신약개발 등 미래 IT 및 BT산업 분야에서 극미세 광신호와 바이오물질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정교하게 가공하고 제어할 수 있는 나노구동소자 창출의 길을 마련한 셈입니다.”
조 교수는 디지털 나노구동기의 전체 크기가 쌀알보다 작은 1.2×1.2㎜로 초당 7200회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초미세 광 및 나노미터급 바이오물질 정보 제어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술 개발로 고성능·고속·저전력 소모형 첨단제품의 극소화가 필요한 미래 정보기계 분야에서의 신시장 개척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조 교수는 내다봤다.
“4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6명의 석사과정 연구원을 비롯해 모두 21명이 IT-BT-NT 융합영역에서 나노구동에 관한 기초에서부터 제조공정 및 측정분석기술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인 연구에 매달린 결과입니다.”
조 교수는 이번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생체모사를 응용한 디지털 근육칩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약력>
△82년 한국과학기술원 석사(기계공학 전공) △91년 미국 버클리대 박사(마이크로머신 전공)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산업 나노구동연구단장, 대한기계학회 멤스분과 회장, 국가나노기술정보교류회 나노바이오그룹장, G7 멤스기술개발사업 운영위원장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