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경쟁력이다>(18)선진국의 산학협동 분석

198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의 산업정책은 기술혁신시스템의 기능을 개선하는 체계적 접근(cluster-based policy)으로 변했다.

 체계적 접근에 대해 OECD는 △특정분야의 국가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정책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개선하는 정책 △특정지역에 생산집단을 형성하는 정책 △특정분야에서 산학연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정책으로 구분했다.

 선진국들은 이런 접근을 통해 기업 외부의 지식이나 노하우에 대한 접근과 학습을 촉진하는 기업환경을 조성했다. 자연스럽게 산학연 협력을 이룰 수 있는 조직활동 제도를 정착시킨 것이다.

 이 제도의 바탕에는 산학연간 연계와 협력체계를 유도하기 위해 지식기반을 공유하는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선진 정부들은 기술혁신과 기술이전의 하부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었다. 이탈리아와 독일은 각각 섬유공업과 기계공업, 특정 산업지구를 집적시켜 한 지역에서 모든 지식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클러스터를 구성했다.

 선진 정부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개선하는 정책 대상을 주로 특정지역에 집적된 중소기업 네트워크로 규정했다. 구매와 물류·연구개발·시제품제작·기술정보·시장조사·마케팅·품질관리·표준화·인증획득 등 사업을 통해 지역기업간 연계와 산학연 협력을 유도했다.

 특정지역에 클러스터를 개발하는 선진국의 정책에는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개기관의 역할이 핵심이다. 독일에는 일부 지역이 산학연 연계를 강화해 세계 수준의 연구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진흥지역으로 선정된 예가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선진국의 지식기반산업 클러스터 대부분은 우수 대학과 연구소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미국은 스탠퍼드대가 위치한 실리콘밸리와 하버드와 MIT가 있는 보스턴 루트 128,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는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인

접해 있다.

 독일의 뮌헨 바이오리전은 LMU대와 막스 프랑크 연구소가 위치해 있으며 대만의 신죽공압단지는 칭화대와 ITRI연구소가 클러스터를 이루고 모범적인 산학연 협력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클러스터들은 지역에 적합한 산학연 협력 모델을 만들고 경쟁력 높은 부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산학연 협의체를 구성해 실질적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진국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연구 역량의 수준과 규모, 기술의 성격분야 등의 차이를 면밀히 조사하고 특성화된 산학연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어느 정도 자체 연구 역량을 보유한 대기업에는 중소기업이나 학교, 연구소간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들의 연구개발 성과를 시장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생산기반이나 마케팅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지역의 직접 시설이나 클러스터 차원에서 기술이전이나 기술수용 능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