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만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모두 다 표현할 수 없어요.”
요즘 잘나간다는 휴대폰 벨소리업체에서 벨소리 작곡가로 일하고 있는 인포허브의 최순연 부팀장(28)과 야호커뮤니케이션의 이미혜씨(23)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최순연 부팀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음악치료사의 꿈을 펼치고 있으며 이미혜씨는 밴드활동에 푹 빠져있을 정도다.
음악이 없는 인생을 꿈꿀 수 없는 이들에게 벨소리 작곡은 물론 만족스러운 일이다. 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다는 점에서 이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고등학교나 대학시절 음악에 대한 꿈을 꾸다가도 생활을 위해 그 꿈을 접는 게 대다수고 음악을 한다하더라도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기란 힘들다. 그런면에서 인기있는 노래를 골라 디지털 음악파일(미디파일)로 만들고 또 벨소리에 맞게 원곡과 다른 느낌이 들도록 편곡하는 벨소리 작곡가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4화음, 16화음에서 40화음으로까지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샘플데이터를 미디파일에 적용할 수 있어 벨소리 작곡가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에따라 휴대폰 벨소리도 단순한 신호음이 아닌 음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같아 요즘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기에는 벨소리 폭이 좁다. 뭔가 다른 그릇이 필요하다.
이미혜씨와 최순연 부팀장은 어려서부터 컴퓨터 음악에 관심을 갖고 지금은 벨소리 작곡가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가슴에 꼭꼭 품은 꿈을 펼치기 위해 잠자는 시간과 휴일을 쪼개는 열정은 닮았다. 하지만 그 열정을 표현하는 통로는 서로 다르다.
‘음악이 곧 인생’이 되는 게 꿈이라는 최 부팀장은 그 꿈을 펼치기 위해 음악치료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음악이 생활이 되고 직업이 되어 듣고 만들고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이라는 도구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치료할 수 있다면 그 안에서 더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같아 시작한 일이다.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이용해 자폐 등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치료하는 일을 한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10명 남짓되는 유학파 음악치료사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최 부팀장이 재학중인 숙명여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등 몇몇 학교의 석사과정으로 음악치료 과정이 생겼다. 또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정신병원·사회복지관·아동병원 등에서 활동중이며 강의도 하고 있다.
최 부팀장은 현재 숙명여대 임상 음악치료대학원 3학기 과정을 밟고 있다. 5학기 인턴과정까지 끝마치면 짬나는 시간을 이용해 자폐·정신질환·노인질환·정신지체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이 배운 음악치료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싶어 한다. 지금도 매주 수요일에는 상계종합복지관에서 노인들을 위한 음악치료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야호커뮤니케이션 이미혜씨는 아예 밴드활동을 하며 음악에 푹 파묻혀 산다.
고등학교 때부터 교내에서 밴드활동을 하고 컴퓨터음악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시작한 이미혜씨는 현재 삼육대 음악교육과 3학년을 마친 후 휴학하고 있는 상태. 대학에서는 다른 팀을 도와주는 세션활동을 하다가 1년전쯤 마음맞는 친구·선배들을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면서 밴드활동을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이 끝나는 시간은 보통 저녁 10시 정도. 남들은 집에서 편히 쉬고 있을 시간에 그녀는 홍대 부근의 연습실로 간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주말을 고스란히 연습으로 보내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홍대앞 클럽에서는 자주 공연을 하고 있으며 또다른 장소에서의 행사에도 자주 참석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는 7월에 있을 록페스티벌에 나가는 것. 그래서 지금은 공연활동을 중단하고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다. 음반을 내고 단독 공연을 하는 것도 꿈이다.
이미혜씨는 회사일과 연습으로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에 더없이 행복하단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