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기술의 장·단점을 수용, 극복한 신기술은 앞선 기술보다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기술이라고 다 같은 동급은 아니다. 얼마나 새로운 기능을 갖췄고 관련 산업에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기대는 달라진다.
특히 기존 기술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신기술이라면 최고의 유망주로 부상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USB(Universal Serial Bus) 2.0은 컴퓨터 주변기기의 새로운 데이터 전송 인터페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USB의 역사는 96년 1월로 돌아간다. 당시 인텔·컴팩·NEC·마이크로소프트는 실용화와는 거리가 있는 단순한 규격 수준으로 USB 1.0을 제정했다. 이후 98년에 이르러 전기적인 전송 규격과 프로토콜 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통합되어 새로운 USB 1.1 규격이 발표된다. 이때부터 인텔과 VIA·SiS·ALi 등의 주기판 칩세트 제작사들이 USB 1.1을 지원하는 제품을 발표, 컴퓨터에 USB 포트가 기본적으로 장착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USB1.1은 기본적으로 인터페이스 전송속도와 호환성 등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고속장치에 부적합하다는 것과 기존 인터페이스와의 호환이 어렵다는 것 등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결국 이런 문제는 2000년 5월 USB 2.0 최종 규격을 탄생시키는 배경이 된다.
USB 2.0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전송속도가 최고 480Mbps에 이른다는 점이다. 기존 USB 1.1의 12Mbps에 비해 무려 40배 정도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고용량 데이터의 증가와 멀티미디어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빨라진 전송속도는 고해상도의 영상회의를 가능하게 하거나 각종 주변기기의 원활한 사용을 보장해 준다.
USB 1.1 버전으로 제작된 주변기기와의 호환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은 또다른 장점이다. 다시말해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라 할지라도 호환성에 대해 아무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USB 허브를 설치하고 기기간 거리가 5m를 넘지 않을 경우 최대 127개의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고 시스템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착탈이 가능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이런 기술상의 강점 외에 USB 2.0의 일반화를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컴팩·HP·인텔·루슨트테크놀로지·마이크로소프트·NEC·필립스 등으로 구성된 USB 2.0 프로모터 그룹(promoter group)의 면면에 있다. 이들은 세계 IT산업의 구도를 만들어가는 메이저 업체들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용체계가 기본적으로 USB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어 USB 확산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까지 주기판은 USB 1.1을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따라 USB 2.0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말 이후 USB 2.0을 채택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미리 USB 2.0의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달 인텔을 선두로 주기판 제조사들은 USB 2.0을 지원하는 최신 칩세트를 장착한 주기판을 출시할 태세여서 USB 2.0은 본격적인 전성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앞으로 USB 2.0 포트의 채택이 늘면서 컴퓨터에는 기존의 다양한 포트들이 사라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리얼포트·패럴렐포트·마우스·키보드·모니터 등이 모두 USB로 통합되는 것이다. 데이터퀘스트는 이와 관련해 2001년 새로운 노트북PC나 데스크톱PC의 38%가 USB 2.0을 지원하고 2003년에 이르면 9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구열기자 riva910@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