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력 디지털TV는.’
삼성전자가 고급 디지털TV 시장을 이끌어갈 주력제품으로 PDP를 밀 것이냐, LCD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고급 디지털TV로 이미 프로젝션TV가 월 1만대 가까이 판매되고는 있지만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점 때문에 이를 대체할 고급제품으로 PDP TV와 LCD TV 가운데 어느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 삼성은 이미 각각 세계 최대 크기인 63인치 PDP TV와 40인치 LCD TV를 모두 개발하고 ‘때’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과연 어느 제품을 삼성의 주력 제품으로 선정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인가가 삼성 내부는 물론 관련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은 올해 브라운관 방식의 TV를 포함, 1400만대의 TV를 생산하면서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의 TV회사로 오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만큼 삼성의 마케팅 전략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삼성측은 공식적으로는 PDP TV와 LCD TV 모두 플랫패널TV(FPT)로 명명해 함께 가져갈 예정이며 이를 위해 FCB라는 마케팅 전문업체와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준비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록 올해 전세계적으로 1억달러의 마케팅비용을 투자할 계획이긴 하지만 투자비와 힘의 집중을 고려할 때 두 개 제품군을 동시에 드라이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삼성의 고민이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 TV의 핵심 디스플레이인 PDP와 LCD 조달 문제와도 연관짓는 시각이 있다.
PDP모듈은 관계사인 삼성SDI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반면 LCD는 삼성전자에서 자체 생산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PDP는 관계사이긴 하지만 타 법인에서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조달하는 데 비해 LCD는 같은 법인 내에서 손쉽게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LCD에 비중을 더 두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TFT LCD 생산량이 월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이 부분 사업에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도 이같은 시각을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나 LCD TV가 PDP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소재 조달과 뛰어난 생산성을 보임에도 불구, 500만원 이상 비싼 고가제품이란 점이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40인치대 PDP TV 가격이 800만원대인 데 비해 40인치 LCD TV는 1400만원선에 달한다. 물론 LCD TV의 밝기가 500칸델라로 PDP TV(300∼330칸델라)에 비해 밝고 넓은 시야각을 갖추는 등 성능면에서 LCD TV가 우수하지만 가격경쟁력이 월등한 PDP TV 시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어려운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김영윤 상무는 “PDP모듈과 LCD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업체는 세계적으로 드문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어느 한쪽에 주력하기보다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일관성있는 동일한 컨셉트 광고 및 판촉 등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