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운드리 3인방` 증설·미세공정 전환 급하다

 세계 굴지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들이 일관생산라인(FAB:팹)의 가동률을 높이고 설비증설에 박차를 가하는 등 본격적인 시장회복기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하이닉스반도체·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국내 업체들도 원가 및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추가 투자방안 수립과 특화된 첨단공정을 서둘러 개발해야 할 것이란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업계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 TSMC와 UMC는 최근 자국에 300㎜ 웨이퍼 전용 팹을 2∼3개 추가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중국 본토에 200㎜ 팹 공장 부지를 선정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공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인텔·알테라·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들의 주문량 증가에 힘입어 5월 가동률이 75%에 달하고 월 출하량도 25만장(200㎜ 웨이퍼 기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에 비해 12% 증가한 것이며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비하면 각각 25%, 15% 증가한 수치다.

 TSMC는 이에 따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ST마이크로·필립스 등 종합반도체회사(IDM)들과 9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미세공정을 겨냥한 300㎜ 신규 팹 가동을 서두르는 한편, 노후 팹 공정을 0.18미크론으로 미세화해 양산능력을 확대하고 기존 200㎜ 장비를 중국으로 이관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MC는 인피니온, 싱가포르 정부와 합작 설립한 UMCi의 300㎜ 파일럿 팹 가동시기를 내년 2분기로 앞당기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중이며 AMD와도 싱가포르에 300㎜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최근 공장을 가동한 중국 SMIC·화홍NEC에 이어 GSMC·ASMC 등도 내년 초 목표로를 양산준비에 착수했고 독일의 신흥 파운드리업체 커뮤니컨드세미컨덕터테크놀로지스는 인텔과의 제휴를 통해 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 두바이에 0.13∼0.09㎛급 신규 팹을 건설중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월 생산량이 10만장에도 못미치는데다 미세회로공정 기술도 아직 0.18미크론에 머물고 있어 이들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신규투자 및 기술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노후 라인을 업그레이드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면서 2억1000만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려 업계 4위에 랭크됐고 최근 가동률도 75%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이닉스는 올해 파운드리 매출을 3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양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노후설비 업그레이드와 미세공정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월 생산량 2만1000여장을 기록하는 등 가동률을 높이고 있는 아남반도체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추진해 온 말레이시아 실테라와의 제휴가 무산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부전자도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 2600억원이 늦어지면서 월 생산량이 7000여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파운드리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에 대응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노후공정을 업그레이드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신규투자를 통해 미세회로기술 개발과 양산능력 확대에 나서야 한다”면서 “당장은 서로 팹을 공유하거나 협력선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