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한 크기의 스마트카드(SIM·UIM·USIM)가 이동통신서비스의 진화를 견인하는 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동통신 스마트카드는 CDMA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는 전문가들이나 알 정도로 생소한 개념.
GSM에서는 사용자 인증과 로밍을 지원하는 필수규격이었던 반면, 2세대 CDMA 환경에선 선택사양이다. 단말기에서 가입자와 서비스 관리를 모두 해결해왔던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로밍이라는 한가지 이유로 굳이 UIM카드를 도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다. UIM은 단말기와 가입자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초래, 지금까지 구축해온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한 장악력과 대리점 영업질서를 심각하게 변화시킬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m커머스와 무선인터넷이 미래 생존전략으로 떠오른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완벽한 보안환경은 칩카드 기반의 무선공개키기반구조(WPKI)가 전제돼야 하는 데다, 휴대폰이 금융·로열티 등 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지능형 단말기로 진화하면서 이른바 멀티애플리케이션 원칩서비스가 현실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UIM을 뺀 채 칩카드를 채용할 경우, 향후 통신사업자들은 가입자와 서비스에 대한 권한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 UIM 도입을 둘러싼 국내 사업자들의 고심은 결국 ‘필요하지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를 우려’ 탓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SIM 2002’ 행사와 현지를 방문한 업계의 움직임을 직접 취재하고, 세계적인 동향과 국내시장에 대한 시사점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SIM·UIM·USIM=GSM 환경에서는 사용자 인증과 로밍기능을 탑재한 SIM(Subscriber Identify Module) 카드가 필수규격이다. 통신사업자는 SIM카드를 발급하고, 가입자는 카드 한장만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단말기를 구해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UIM(User Identify Module)은 일종의 CDMA SIM카드로 사업자 가운데는 중국의 차이나유니컴이 도입했다. 반면 CDMA 종주국인 국내에선 그동안 단말기에서 가입자 인증처리를 해결해왔다.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fy Module)은 SIM과 UIM을 모두 수용하는 보다 확장된 개념의 3세대용 이동통신 칩카드. 일본 NTT도코모는 이미 ‘FOMA’에 USIM카드를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의 KT아이컴도 USIM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역에서 이동통신용 칩카드가 보편화돼 있으며, 향후 비동기식 3세대 서비스는 USIM카드를 필수사양으로 못 박았다.
◇왜 UIM인가=최근 무선인터넷·m커머스 등 차세대 부가가치서비스(VAS)가 업계의 새로운 활로로 등장하면서 UIM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F 등은 보다 진화한 m커머스 지불결제 인프라로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를 채택키로 하면서 UIM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금융용 칩카드는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금융권이 요구하면 고객기반과 서비스 권한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면서 “UIM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고백했다.
한마디로 UIM이 배제된 금융용 칩카드는 통신사업자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UIM 도입을 주저하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상존한다. 단말기와 가입자를 분리시킴으로써 기존 영업질서가 흔들리고,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한 장악력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SK텔레콤이 UIM과 금융칩을 결합한 원칩을 구상했다가 최근 갑작스럽게 UIM을 제외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장환경의 차이=무선인터넷·m커머스 등 새로운 테마가 UIM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지만, 범유럽권의 GSM과 국내 사업자들이 접근하는 시각은 다르다. 유럽의 경우 지금까지 왑(WAP) 단말기 보급에 실패함으로써 VAS를 구현할 핵심 수단으로 SIM카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보안성 강화나 향후 3세대 서비스를 대비한 전초작업을 위해선 필요하지만 오히려 UIM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라우스 베더 의장은 “유럽과 한국의 시장환경 차이가 크고, UIM 도입에 따른 장단점이 있으므로 결국 사업자들이 판단할 몫”이라며 “다만 GSM 사업자들이 SIM카드와 WAP를 결합한 형태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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