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서버 대량 수출은 데스크톱 수출에 머물러 있는 우리 나라 컴퓨터 기술을 한단계 올라서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 85년 시작된 중형컴퓨터(주전산기) 양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2000년 이렇다할 대안 없이 중단된 이후 침체기에 빠져있는 국내 서버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다시 정비하고 있는 서버사업의 초점이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된다.
◇국내 컴퓨터산업의 마지막 보루, 삼성=삼성전자가 서버 대량수출이라는 쾌거를 올릴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이를 성사시킬 수 있는 기술력 및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지난 15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 온 주전산기 개발사업이 남겨준 자산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00년 주전산기사업이 중단되면서 이 사업을 공동으로 벌여오던 LG전자나 현대정보기술 등은 우수한 인력들이 뿔뿔히 흩어진 반면 삼성전자 만큼은 이들 기술인력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컴퓨터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PC 수준을 서버 수준으로 한단계 높여야 하지만 이를 담당할 기업은 삼성 외에는 없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비록 중단되기는 했지만 지난 15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진행해 온 주전산기 개발사업은 적지 않은 인력을 양성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실제 우리가 보유한 인력은 서버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기술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서버 수출은 이제 우리도 자체적으로 중대형 서버를 개발, 수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버 사업, 2004년까지 기다려달라=가전은 물론 반도체나 통신장비 및 이동통신단말기 등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영역과 비교할 때 서버사업 종사자들은 삼성의 간판을 달고 있기가 민망하다. ‘최소한 조 단위는 돼야 명함을 내미는’ 분위기가 형성된 지 오래고, 더 이상 국내 기업들은 비교 대상이 아닌 삼성의 글로벌 전략을 고려할 때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내부 기운은 그리 조급하지 않다. 이미 올해 초 흩어진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한데 모으는 조직정비에서도 읽을 수 있지만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한 진대제 사장 등 최고경영자가 주재하는 회의석상에서 ‘서버사업’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삼성이 서버사업에 다시 한번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2004년 정도면 우리의 서버사업이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의 전략은 IA·어플라이언스·리눅스=삼성전자의 중장기 서버사업 전략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몇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잘 알려진대로 인텔아키텍처(IA) 기반의 64비트 서버를 바탕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둘째는 첫 수출의 개가를 올린 어플라이언스 서버다. 어플라이언스 서버는 IDC에서 전망하듯 시장성이 밝다. 2000년 세계 어플라이언스 서버 시장은 판매금액 기준 33억80만달러, 대수로는 41만1600대 규모로 파악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1억원대 정도의 서버는 모두 어플라이언스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전망은 서버 자체도 점차 표준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무도 표준화·단순화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솔루션에 대한 고객 요구도 증가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또 비용이나 설치에서도 유리하며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서버의 사용처가 기업용 시장에서 일반 사용자들을 지원하는 용도로 수평적 확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어플라이언스 서버 시장의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어플라이언스 서버는 현재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 즉 NAS 시장 성장과 맥을 함께 한다. 이 얘기는 결국 삼성전자의 서버 전략이 스토리지사업 전략과도 맞물려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는 리눅스 전략이다. IA 서버의 경우는 MS 중심의 전용 OS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리눅스의 확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현재 리눅스 탑재를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적극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통부나 ETRI, 리눅스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눅스 지원방안이 구체화될 시점에 맞춰 삼성전자의 전략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