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의 민영화가 마지막 수순을 밟아감에 따라 통신업체들은 이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선통신사업자들의 경우 한마디로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현재의 안으로 보면 공기업 독점이 사기업 독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좀더 막을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자칫하면 보편적 서비스라는 통신서비스 원칙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데이콤은 LG그룹과 관련이 있는 만큼 지분매입 주체로서의 입장표명에 신중하다. 하지만 시내 부문의 경우 엄정중립의 차원에서 공정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루넷은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기업이 추후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통신시장의 구도가 일방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무선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KT가 민영화된 이후에도 통신 기반 시설 관련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할지 걱정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측은 공기업 민영화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하면서도 민영화 이후에 KT에 대해 두려워하는 눈치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모든 통신의 근간이 되는 시내망 부문에서 자회사 및 관계사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성을 유지해 줄 수 있는지 여부다.
그동안 유선사업자들과의 경쟁에 있어서는 가입자선로 공동활용 등의 정책으로 어느 정도 중립성이 확보된 상황이다. 반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무선통신사업자간 경쟁, 유무선통신서비스 통합 등에 있어서는 중립성을 확보할 명확한 법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 경쟁 사업자들의 지적이다.
별정통신사업자들은 소유과 경영이 분리되기 때문에 당장에 국제회선사업이나 VoIP사업에 대한 전략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향후 KT경영권의 향배와 내부의사결정 속도나 기업문화 변화 등에 따른 업계 구도 변화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SK텔링크(대표 신헌철)는 “경쟁부분인 국제전화회선 사업의 경우 이미 KT와의 경쟁구도가 형성이 됐기 때문에 민영화에 따른 환경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VoIP업체인 애니유저넷(대표 송용호)은 “KT와 전략적으로 협조하는 부분에 있어서 관료적인 측면이 해소되면 사업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철저히 사업성에 따른 운영 등이 강화돼 VoIP사업에 대한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통신장비업계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니만큼 놀랄 일은 아니라면서도 일단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상철 사장 취임 이후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KT의 장비도입가격 인하정책이 민영화 이후 더욱 가속화돼 장비업계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KT 민영화가 국내통신장비업계의 기술개발 및 투자의욕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장비 수요처인 KT가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할 경우 그동안 KT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유지했던 장비구매 정책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T는 그동안 국내 최대 통신장비 구매처인 동시에 공기업이란 특성을 갖고 있어 장비구매시 국산화된 장비가 있을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일정비율의 쿼터를 배정하거나 장비국산화 일정을 고려해 장비 도입시기를 정하는 등 국내 업체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정책적 배려를 해왔다. 그러나 KT의 민영화작업이 완료될 경우 공기업 특성이 반영된 정책적 배려는 상당부분 폐지 또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KT가 민영기업으로 변신할 경우 정부정책이 예전처럼 KT에 반영되지 못해 정부차원의 장비산업 보호·육성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KT가 국내 통신장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민영화 이후에도 국내 장비산업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KT 민영화는 통신장비 생산업체들에 새로운 시장환경에 적응해야함을 의미하는 일대 사건으로 앞으로 KT 민영화가 국내 통신장비산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