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장비업계의 수주대출하비율(BB율)이 15∼16개월만에 1.0을 잇따라 돌파하는 등 반도체장비시장의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BB율이 1.0을 넘었다는 것은 수주량이 출하량을 넘어서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을 예시하는 징표로 이용된다.
이를 입증하듯, 세계 주요 반도체장비업체들의 매출이 1분기에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반도체 설비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후방산업인 반도체장비산업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특히 반도체장비산업의 회복이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던 당초 전망보다 1분기 이상 앞당겨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세계반도체재료협회(SEMI)가 집계한 3월 북미 반도체장비 BB율은 1.04로 지난 2000년 11월 1.0 밑으로 하락한 후 16개월만에 1.0선을 회복했다.
이어 2일 일본반도체협회(SEAJ)는 일본 반도체장비업계의 BB율이 15개월만에 1.0선을 넘어선 1.0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북미 반도체장비 BB율이 지난해 8월 0.62로 바닥을 찍은 후 지난 2월 0.9가 될 때까지 6개월 동안 월평균 0.04포인트씩 상승하던 것이 지난 3월에는 0.14포인트가 급등했고, 일본 장비업계는 북미시장보다 높은 1.07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세계 주요 반도체장비업체들의 1분기 실적도 호조를 띠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장비 회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는 지난 1분기(2001년 11월∼2002년 1월) 실적을 수주금액 11억1900만달러, 매출 약 10억달러로 집계하고 2분기에는 수주금액이 최고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노벨러스시스템스 역시 지난 1분기 실적에 대해 수주 2억5000만달러, 출하 2억1500만달러 등 수주금액이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했으며 일본의 도쿄일렉트론도 지난 1분기 순주문(신규주문액에서 주문 취소액을 제한 것)이 756억엔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의 580억엔과 비교해 29%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반도체장비시장은 금액면에서 지난해의 260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하겠지만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및 원가를 크게 절감한 상태여서 수익성은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며 “장비업종은 최소한 내년 말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설명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