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종 유니코써어치 이사
얼마 전 중소기업인 D사로부터 마땅한 CEO감을 찾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D사는 창업자인 현재의 사장으로부터 약 10개월 전에 후임 CEO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추천 후보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뚜렷한 이유없이 채용을 중단했던 기업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CEO를 추천해달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D사는 매출 300억원 규모의 전자부품 제조 중소기업이며, 현재의 사장이 20여년 전 창업한 후 지금까지 경영을 맡고 있다. 창업자가 65세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후임 경영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창립한 지 30년이 지난 Y사에서도 CEO를 찾아달라며 상담을 요청해 와 미팅을 가졌다. Y사는 매출 200억원 규모의 전형적인 전자분야 중소 제조업체인데, 놀랍게도 창업자이며 헌직 사장은 70세에 달하는 고령이었다. 물론 건강이 유지되고 경영 활동이 가능하기에 CEO로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마땅한 후계자를 키우지 못하고 뒤늦게 와서야 외부에서 새로운 CEO을 영입하려는 것이다.
이렇듯 작게는 수백억원 규모에서 크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20∼30년에 걸쳐 성장해 오면서 이제 창업 CEO가 물러나고 새로운 경쟁환경에 적합한 전문 CEO를 외부에서 영입하고자 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내부적으로 후계자를 키우지 못하고 은퇴 막바지에 이르러 서둘러 후임자를 찾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후 경영자로의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40∼50대의 많은 인력들에게는 자기성장에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중소기업을 창업하여 경영해온 창업 CEO들이 원하는 인물은 어떤 유형일까. 그들의 요청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첫째,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어려운 창업 시절을 넘기고 이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상태이기에 아무에게나 쉽게 기업을 맡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능력에 앞서 창업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통하면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눈여겨 보게 마련이다.
둘째,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인물을 원한다. 창업자들이 기업을 성장시켜 온 요인은 대부분 강한 추진력에 기인하며, 기업을 맡기고 싶어하는 경영자의 스타일도 자신을 닮은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진 인물을 선호한다.
셋째, 업적이나 경영 성과가 검증된 인물을 중시한다. 뚜렷한 공과가 없이 근무한 인물보다 납득할 만한 업적이 있는 인물을 인정하는 편이다. 넷째, 중소기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근무하다 중소기업으로 옮긴 사람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인지도와 조직력을 배경으로 타 기업과의 경쟁에서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환경에서 이제 경쟁우위를 갖지 않은 중소기업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