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등급분류가 오는 6월 전면 시행된다. 온라인 게임 등급분류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 역기능을 해소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온라인 게임이 등급분류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불거졌던 등급분류의 형평성 문제도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등급분류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반대로 산업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또 온라인 게임은 타 플랫폼과 달리 상호작용성, 익명성, 접근가능성, 내용확장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등급분류 기준 마련이 결코 만만치 않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 등급분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얼마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정기준을 마련하느냐에 달려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등급분류 기준 마련을 위해 의견이 분분한 쟁점들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글싣는 순서>
1. PK(Player Killing)
2. 사행성
3. 필터링
4. 패치
5. 게임중독 및 아이템 현금거래
1. PK(Player Killing)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6일 개최한 ‘온라인 게임 등급분류 강화 세미나’에서 등급분류 기준안을 공개하면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만연한 PK(Player Killing)를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등급분류 기준에 포함시킬 뜻을 시사했다. PK는 게임상에서 유저가 다른 유저의 분신인 아바타를 죽이는 행위로 그동안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게 논란이 됐다. 비록 실제 신체적 상해나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상현실에서 타인을 죽이고 게임의 규칙을 어긴다는 측면에서 윤리적으로 용납받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PK로 인한 유저들간 감정싸움이 현실속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심심찮게 벌어지는가 하면 PK를 당한 충격으로 임신부가 유산한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PK는 종종 도마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PK는 청소년들의 모방범죄를 야기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한 가상공간에서 이런 폭력행위가 일상화되면서 청소년들이 폭력에 대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현실에서도 모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를 기반으로 영등위는 음반및비디오게임물에관한법률(음비게법)의 시행령으로 마련된 게임물 등급분류기준 제7조 3항 ‘청소년에게 포악성, 잔인성 기타 범죄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은 등급보류한다’는 조항을 내세워 PK를 최악의 경우 등급보류 기준에 넣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PK의 탈규범성에 대한 논쟁은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 무조건 규제 대상에 넣기에 무리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게임업체와 게이머들이 PK는 게임플레이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규범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PK의 경우 유저들이 취사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유저 자신의 윤리문제와 연관성이 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대해 영등위는 무차별적인 PK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하고 있다. PK를 게임플레이의 일부로 인정하더라도 이를 원하지 않는 유저들에게 PK가 가해질 경우 이에 따른 정신적 충격은 결코 오프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폭력 못지 않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PK와 관련한 등급분류 기준은 완전히 금지시키지 않더라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무제한적인 PK를 허용할 경우 18세이용가 등의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반면 제한적인 장소나 유저들간 동의를 기반으로 벌어지는 PK의 경우 오프라인의 등급에 맞춰 등급을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유승호 연구실장은 “온라인상의 규범을 정하는 문제는 오프라인상의 규범을 차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온라인상에서 살인이나 폭력이 횡행한 것에 대해 분명 오프라인상의 규범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온라인 게임에서 나타나는 PK는 대부분 아이템 탈취를 위한 약탈행위의 일환이라 분명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PK를 당할 경우 유저들의 정신적 충격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만큼 이를 해소할 규범을 등급분류 기준안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