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PC·이동전화단말기 등 세계 주요 전자제품은 이미 많게는 50년에서 적게는 20여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제품들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 제품들은 이제 수요를 확대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전자업체들은 이들 제품과 차별화되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는 데 분주하다.
대형 전자업체들이 10여년 전부터 미래산업으로 점찍어 육성하고 있는 제품 중에서 소위 ‘포스트 PC’ 제품이 1순위로 꼽힌다. 포스트 PC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PC의 기능도 수행하고 엔터테인먼트·통신기능 등이 융합된 차세대 정보단말기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휴대단말기(PDA), X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홈게임기, 가정에서 다른 전자제품을 제어하기도 하고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웹패드 등이 대표적인 포스트 PC 제품이다. 포스트 PC에 대한 국내 산업계·연구계의 인력양성은 90년대 중반 삼성전자·LG전자 등이 PDA를 개발하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초기 제품들이 시장에서 혹독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많은 개발인력들이 타분야로 옮겨갔으며 이 와중에 일부는 벤처기업을 설립, 포스트 PC 개발인력의 맥을 이어왔다.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들이 다시 포스트 PC사업을 강화함에 따라 대기업에서도 포스트 PC 인맥이 새로 형성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포스트 PC 개발부문 리더로는 디지털미디어사업부 산하 PIC의 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김윤수 상무(46)가 꼽힌다. PIC팀은 개인핸드헬드 PC인 ‘넥시오’, MP3플레이어인 ‘옙’, 웹패드 등 지능형 정보단말기에 대한 개발 및 초기사업을 진행해왔던 TFT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한국과학원 전기·전자공학과 석·박사를 거친 김 상무는 삼성전자 정보미디어랩의 모바일 멀티미디어 그룹장을 맡고 있다. 김 상무가 개발을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MP3플레이어와 포토카메라를 결합한 ‘포토옙’ ‘웹비디오폰’ ‘넥시오’ 등이 있다. 산업자원부가 전자부품연구원에 의뢰해 진행 중인 ‘디지털가전형 포스트 PC 플랫폼 기술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산자부나 정통부 등 정부가 포스트 PC 기술개발 방향을 설정하는 데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연구직만 수행했음에도 산업과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보컴퓨터의 포스트 PC사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기술연구소장인 홍봉룡 상무(43)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홍 상무는 83년 삼보컴퓨터에 입사, 삼보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PC제품을 개발해오고 지켜본 산증인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각광받은 오디오 PC, 엔터테인먼트 PC인 ‘아피나 시리즈’, 신(thin) PC 등이 홍 상무가 맡은 대표적인 제품이며 삼보가 최근 진행 중인 PDA사업과 ‘미라’ 등 포스트 PC사업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홍 상무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미라 프로젝트에 높은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 초기부터 방향을 설정하는 등 차세대 PC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국내 PDA의 대명사인 제이텔의 40여명 PDA 개발인력을 이끌고 있는 최종술 연구소장(39)은 제이텔의 창업멤버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PDA의 1세대 개발자다. 93년부터 98년 초까지 삼성전자 멀티미디어 연구소 하드웨어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PDA CPU인 모토로라의 ‘드래곤볼’을 개발할 당시 함께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후 드래곤볼은 팜시리즈에 적용돼 널리 사용됐다.
이후 제이텔의 창업멤버로 지금까지 지난 98년 12월 첫 출시된 국내 최초의 PDA 셀빅을 비롯해 세계 최소형 PDA인 ‘셀빅i’, 통신기능을 지원하는 ‘셀빅XG’ 등 셀빅시리즈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최 소장은 국내 PDA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정보통신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하는 등 약 10년 동안 PDA분야에서 정진해오고 있다. 최 소장은 명지대 전자공학과 82학번으로 같은 학교에서 석사를 마쳤다.
벤처기업으로 제이텔과 함께 국내 PDA산업을 이끌고 있는 싸이버뱅크의 조영선 사장(41)은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85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석사를 마친 조 사장은 주로 기계와 관련된 제어부문 개발업무를 수행해왔으나 지난 95년 다한전자를 설립, 택시이동공중전화를 개발하면서 전자분야에 발을 담게 된다.
싸이버뱅크에서 세계 최고 성능의 개인휴대단말기(PDA)인 PC이폰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까지도 도전정신이 가득담긴 ‘PC이폰 3’, 엑스스케일 탑재 ‘네이트 전용 단말기’ 등 국내 PDA 기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개인자격의 특허가 110건에 이를 정도로 아이디어를 주체하지 못하는 타입이며 제이텔·세스컴·지메이트·hnt 등 국내 PDA업체를 수시로 방문,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맏형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리눅스 PDA인 ‘요피’를 세계에서 처음 선보여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더 잘알려진 지메이트의 이재헌 사장(37)은 신동훈 전임 제이텔 사장, 조영선 싸이버뱅크 사장과 더불어 국내 1세대 PDA 개척자로 꼽힌다. 청주대학교 반도체공학과를 졸업하고 LG반도체 주문형 반도체 설계 및 기술영업을 경험을 바탕으로 PDA개발업체인 지메이트를 지난 98년에 설립, 현재까지 이끌어오고 있다.
4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굳은 심지를 소지, 한번 마음먹은 일은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해내고 마는 인물이라는 게 주위 평가다.
디오텍의 도정인 사장(43)은 포스트 PC의 입력방식으로 널리 사용되는 필기인식 분야에서 13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전문엔지니어다. 도 사장은 동국대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인식 알고리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삼성전자 중앙연구소에서 10여년간 문자인식 소프트웨어를 전담하다 지난 99년 필기인식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디오텍을 설립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개발로 삼성그룹기술상 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잉크’라는 새로운 포스트 PC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소탈하면서도 겸손한 성격으로 포스트 PC 단말기업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맡고 있다.
자동차용 PC 개발업체인 네스테크의 최상기 사장(42)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자동차용 PC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보여 관심을 끈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 81학번인 최 사장은 현대전자 자동화사업부 기술개발직을 거쳐 지난 90년 네스테크의 모태인 금산산업전자에 입사, 94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사장은 지난 95년 휴대형 자동차 고장진단 스캐너 단말기 ‘하이스캔’을 개발해 해외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자동차용 PC인 ‘카맨아이’를 선보여 정보통신부로부터 모바일 기술대상 단말기부문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동차용 PC는 오디오·TV·인터넷·텔레매틱스가 모두 결합된 복합제품으로 세계에서도 극소수 업체만이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최 사장은 개발자로서만 아니라 사업을 주도면밀히 이끌어가는 전문경영인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정부산하 연구소에서 포스트 PC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로는 한국전자부품연구원의 서경학 시스템연구본부장(47)이 거론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74학번인 서 본부장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의 시라큐스 대학에서 전기·컴퓨터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산업자원부가 전자부품연구원에 의뢰해 진행 중인 ‘디지털가전형 포스트 PC 플랫폼 기술개발사업’의 총괄과제 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시절(1980년∼2001년) 워크스테이션 및 서버, 유아용 게임기 ‘피코’, 광저장장치 부문 제품개발 업무를 수행해왔으며 삼성전자 부회장 직속 조직인 디지털 커버전스팀의 사업기획 업무를 끝으로 지난해 5월 한국전자부품연구소로 이직했다. 서 본부장은 정부산하 연구소에서는 드물게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춰 기업에서 요구하는 사업성과 정부연구소의 개발중심 과제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휴대클라이언트 연구팀장인 한동원 팀장(45)은 ETRI 내 포스트 PC 기획통으로 꼽힌다. 숭실대학교 전자공학과와 한남대햑교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한 팀장은 PDA·웹패드 등 포스트 PC의 대표적인 정보단말분야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주도해왔다.
포스트 PC의 핵심기술 분야인 저전력, 고성능 시스템 설계와 무선데이터 통신 인터페이스를 위한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 왑기반 통합 브라우저, 데이터 통기화 표준인 싱크 ML 프레임워크 등에 대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이를 국내 기업체를 중심으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한 팀장은 멀티미디어 정보단말, PDA, 웹패드 분야의 HW·SW 플랫폼 기술개발을 위한 유무선 통합 홈서비스 정보단말 기술개발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능정보단말(포스트 PC) 산업 육성과 기술개발 기획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