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력 및 방사선 이용기술(RT)이 IT·BT·NT·ET 등의 기반기술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연구기관의 ‘고급두뇌’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7일 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RT가 차세대 기반기술로 급부상하면서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우수 연구인력을 대거 빼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현상은 IMF 이후 지나친 구조조정으로 연구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출연연의 경영혁신 과정에서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등 근무조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고급인력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 연구기관 및 업체는 캐나다의 원자력공사(AECL)와 IT 관련 업체,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IGC-슈퍼파우어사 등으로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원자력연구소에서만 4∼5명의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민영화 논의가 활발한 한국전력 원자로설계사업단에서도 일부 연구원이 캐나다의 AECL이나 해외 민간업체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로 자리를 옮긴 연구원은 대부분 원자력 재료기술이나 사용후 핵연료기술, 동위원소 및 방사선 응용, 칼리머기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갖고 있는 리더급 연구원인 데다 경력만도 20년이 넘는 베테랑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유출인력은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10∼20년간 연구해온 전문가들로 이들의 유출과 함께 그동안 축적된 관련 기술과 노하우도 모두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국내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이 줄줄이 해외로 진출하면 그동안 개발된 기술과 노하우도 함께 빠져나가 국내에는 기술공백 상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의 관련 기술은 국가마다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캐나다 측에서 우리나라가 개발한 기술을 도용해도 사실상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기술에 관한 한 국내 수준이 이미 선진국에 진입해 있는데 이번 고급두뇌 해외 유출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인간적으로 매달리는 것 외에 이들을 막을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