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통신주 살아날까

 KT, SK텔레콤, KTF, 데이콤 등 주요 통신주들이 최근 2주 동안 실적 발표와 함께 증시 상승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추락하는 증시속에 파묻혀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일 증시에선 전날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과 정부 지분매각 방안이 확정돼 민영화 수순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KT를 제외하곤 대부분 통신주들이 보합 및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이날 2분기째 연속 흑자를 달성한 데이콤은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당일 하락’이라는 증시 룰을 재확인하면서 주가가 전날보다 2.59%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통신주들이 ‘안정적 주식’ 또는 ‘경기 방어 주식’의 대표 종목으로 약세장을 떠받치는 버팀목으로 인식해 왔지만 최근 들어선 전체 약세장과 더욱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소-코스닥 통신주 차별화=거래소 상장 종목인 KT, SK텔레콤, 데이콤 등에 비해 코스닥 등록업체인 KTF,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의 주가 약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물론 이는 개별업체의 사업 규모와 유무선통신 각 영역에서의 시장 점유율 등을 배제한 상태에서 단순히 증시 반응만을 놓고 평가한 것이다.

 거래소 통신주들도 전체적인 약세장에 흐름을 같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은 최근 양호한 실적 발표에 대해 시장이 짧지만 분명하게 반응,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KT는 향후 정부 지분매각 과정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을 갖게 됐으며 SK텔레콤은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의 매수의견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닥의 KTF, LG텔레콤 등은 실적 자체가 시장 예상치에 근접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통신주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LG텔레콤은 실적 발표일이 끼어 있는 최근 10거래일 동안 단 이틀만 상승하고 나머지는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호재는 다 놓치고, 악재는 고스란히=지난달 19일 이후 이어진 주요 통신업체들의 실적 발표시기는 제아무리 좋은 실적이 나왔더라도 폭락 장세속에 묻혀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와중에 실적 발표시기를 잡은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지난달 19일 이전 개별 분기실적으로 주가 급등이 잇따른 ‘실적 장세’는 19일 이후 급속히 잦아들었고 통신주들의 양호한 실적은 그저 그런 재료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미국 증시로부터 불어닥친 통신주 폭락이라는 외부 악재는 국내 통신주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그야말로 실적호전 소식은 주가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나스닥발 통신주 악재는 직접적인 악재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KT민영화, 월드컵 등 단기 반등 기대감도=KT가 국내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고려할 때 KT의 지분매각 과정은 통신업종 전반에 더없이 좋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증시 전반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론 그 반대 결과도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대로 국내 대기업들이 전략 주주로 적극 참여할 경우, KT 지분확보 과정은 전체 통신주의 비중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월드컵이라는 국제적인 이벤트를 맞아 각 통신업체들이 준비중인 획기적인 통신 서비스도 국내 통신업체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단기적이긴 하지만 국제전화, 이동전화발신 등 통신영역 전반의 매출확대 가능성도 큰 만큼, 실적개선의 디딤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