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스토리>해리와 토레미(3)

 26부작을 완성해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된 제작은 극장판 ‘별주부 해로’를 2D 캐릭터의 자연스러움을 살리면서 3D의 장점인 입체감을 살린다는 컨셉트로 시작됐다. 바닷속의 수많은 캐릭터부터 육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모두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모델링했다. 특히 해외시장을 겨냥해 최대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등장하는 사람마다 손가락를 다섯개까지 세밀하게 제작하도록 이끌었다.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으며 이는 모션캡처 장비를 이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모션캡처를 연구중인 국내외 많은 프로덕션을 방문해 자문을 구하고 무게가 15㎏에 이르는 캡처장비를 입고 연기자가 되어 캐릭터의 동작을 연출하는 과정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마그네틱과 옵티컬 방식의 장비를 통해 스토리보드의 다양한 동작들을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기대에 많이 미흡했다.

 땀 흘려가며 연기자와 연출자들이 하나가 되어 제작한 장면이 연기자의 다양한 몸동작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미세한 흔들림과 미끄럼이 특히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스토리보드의 특성상 어린이의 흥미를 돋우어 줄 수 있는 다양한 과장된 연기와 빠른 몸동작들을 바위와 나무, 시냇물, 바닷가 등의 배경에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합성한다는 것은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 최근의 모션캡처 장비들은 연기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발전해 있지만 당시만해도 기대만큼의 완성된 작품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례로 ‘메기’를 비롯한 많은 바다 물고기들은 입의 크기가 크고 과장되게 디자인돼 있지만 연기자의 얼굴에 마커를 붙이고 했을 때는 연기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

 제작진은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수차례의 제작회의를 거쳐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보완하여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적용한다’는 평가와 반대로 ‘아직 국내외적으로 시험단계에 머물러있는 장비와 기술에 대해서는 완성화되는 시점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션캡처의 사용과 별도로 캐릭터 모델링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에피소드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후이’라는 암고양이 캐릭터다.

 ‘후이’는 성별로 보면 여성캐릭터다. 특히 누나의 역할로 등장하기 때문에 조금은 성숙하게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몸매라인을 볼륨있게(?) 디자인하도록 이끌었다. 대부분의 제작진들은 이런 표현이 캐릭터에 활기차고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며 만족했다.

 하지만 막상 몇몇 작품이 완성될 즈음에 “‘후이’ 가슴의 볼륨이 너무나 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외부에서 들어왔다. 순간 눈앞이 깜깜했다. 사실 조금 과장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 중 ‘저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안을 찾기로 했고 제안된 방법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후이’의 옷차림을 수수하게 수정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후이’의 가슴볼륨 자체를 수정해서 조금은 밋밋(?)하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고민한 결과 첫번째 방법은 수정에 너무 많은 작업량이 소요되고 특히 수정 이후에도 볼륨에 대한 불평이 제기될 수 있었다. 결국 ‘후이’의 특징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에서 후자의 방법인 가슴의 크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래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성형시술과 마찬가지로 캐릭터에 가슴에 대한 성형수술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제작진들은 수정작업에 들어가, 앞·옆·위 여러 각도에서 수정해갔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한꺼번에 다 줄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조금씩 수치를 달리하며 수정해보면서 테스트를 해서 결국은 초기 작품에 비해서 밋밋해 보일 정도로 수정을 가했다. 개인적으로 수정후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여하간 ‘후이’ 캐릭터는 대대적으로 수정됐으며 현재 방영되고 있는 것이 그 캐릭터다.

 <한신코퍼레이션 감독/PD 박정원 jullianapar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