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용으로 제작된 첫 번째 토종 3D 애니메이션인 엘리시움(감독 권재웅)이 마침내 첫 선을 보였다.
지난 4일 개막된 국내 최고의 애니메이션 이벤트인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AF)’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황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대표작으로 선정, 개막 특별작으로 전격 상영됐다.
그동안 언론의 높은 스포트라이트속에 권재웅 감독이 이끄는 빅필름의 제작진들이 4년여간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작품답게 작품을 지켜본 일반인과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장기간의 제작기간을 반영해 미국 3D 애니메이션업계에 충분히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을 갖고 있다. 특히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나름대로의 개성을 지녀 그동안 국산 애니메이션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캐릭터별 유사한 움직임에서 탈피했다.
이날 영화를 지켜본 직장인 손정림씨(28)는 “한국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는지 몰랐다”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했다.
비교적 탄탄한 시나리오도 좋은 평을 들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나리오에 대해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어렵다고 인식할 수 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오점인 매끄럽지 않은 시나리오 전개를 극복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엘리시움’의 작품배경은 서기 2113년 미래도시다.
남극 대륙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지진활동을 조사하기 위해 급파된 과학자들이 이곳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외계인을 발견하고 이 외계인은 우주로 빛을 보내 지구를 공격하게 만든다.
이 시점의 장면은 맨해튼의 미래도시로 바뀐다. 영화의 주인공인 피자배달부 반은 발레리나인 리디아를 사랑하는 18세 소년. 반은 리디아에게 결혼선물을 선사하기 위해 22세기 최고의 스포츠인 터보핀볼(미래형 오토바이를 타고 펼치는 레이싱 경기)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대회 우승을 앞두고 있는 순간 외계인인 엘리시움이 지구를 공격한다.
엘리시움의 침공으로 인간들은 지하세계로 피신해 처참한 생활을 하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반이 리디아를 데리고 외부로 나왔다가 그만 리디아가 외계인에게 피습을 당해 죽음을 맞는다. 이에 반은 특수부대에 지원해 지구를 위해 외계인과 결전을 벌인다.
스토리·그래픽과 함께 화려한 배경음악도 그동안의 국산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됐다는 평이다. 실제로 음악은 프랑스의 인기가수인 리키 마틴의 노래를 작곡했던 세바스찬 아로차 모톤과 무사·화산고·정글쥬스 등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오원철이 맡았다. 여기에다 영어 목소리 더빙에 SF영화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스타워즈’의 더빙작업을 담당한 데라 오페랄 등 걸출한 인물들이 참가했다.
이미 올 2월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아메리카영화시장(AFM)’에서 해외 배급사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이탈리아에 선판매 계약을 맺은 엘리시움. 기획단계부터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해 영문으로 제작된 이 작품이 과연 국내외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