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칸영화제 본선 진출 취화선 10일 개봉

 한국 축구는 16강, 한국 영화는 칸 수상.

 ‘춘향뎐’에 이어 한국 영화 사상 두 번째로 칸 수상에 도전하는 ‘취화선’이 10일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취화선은 술과 여자가 없으면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던 기인 중의 기인, 조선시대 타고난 천재화가 장승업의 불꽃같은 삶을 그린 작품. 일찍이 칸 집행부로부터 본선 경쟁부문 진출작이라는 통보를 받은 취화선은 이달 중순부터 열리는 칸영화제에서 전세계 22개 작품과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된다.

 개봉에 앞서 6일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취화선 시사회에는 본지가 초청한 전자신문 독자 200명을 비롯해 1000여명의 영화 마니아가 몰려들어 취화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들 관객 대부분은 빼어난 영상미와 음악에 높은 점수를 줬으며 탄탄한 각본과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사회를 본 한 관객은 “역대 칸 수상작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수작인 것 같다”며 “칸 수상을 기대한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장승업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와 1800년대 중후반 조선사회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칸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한국이 아니면, 임권택 감독이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영상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의 의미가 절로 다가온다.

 1850년대. 청계천 거지패에게 죽도록 맞고 있던 어린 승업(최민식 분)을 구해준 김병문(안성기 분)은 그의 천재적인 환쟁이 기질을 단번에 직감한다. 세도정치에 편승하지 않는 개혁파인 김병문은 5년 만에 다시 만난 승업이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도록 오원이라는 호를 지어주며 평생의 조력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승업의 명성은 날로 높아지고 그의 그림을 한 점이라도 갖기 위해 많은 사람이 꼬이지만 그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술과 여자가 없으면 어명이라 할지라도 한 점의 그림도 그리지 않던 오원은 어느날 기가 붓을 타고 흐르는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경지에 접어든다.

 마지막 장면. 도자기가 구워지고 있는 가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바라보던 승업은 그토록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던 경지를 보게 되고 홀연히 세상을 등지며 사라져 간다.

 취화선은 작품성은 물론 재미도 확실히 있는 영화다. 장승업의 붓놀림으로부터 완성돼 나오는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는 다른 영화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취화선만의 매력이다. 화조도·산수화 등 못그리는 것이 없던 장승업의 그림이 스크린을 통해 하나 하나 등장할 때마다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또 영화 속에 간간이 흐르는 유머러스하면서도 토속적인 대사와 우리 고유의 해학적인 정서가 양념 역할을 충분히 한다.

 무엇보다 세계 수준급의 영상미를 지켜보는 감동이 적지않다. 꽃·물·산·하늘·새…. 이 모든 자연이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스크린에 담겨 있다. 느슨해서 산만하지도, 복잡해서 눈을 어지럽히지도 않는 단아하고 절제된 영상이 일품이다. 정일성 촬영감독과 임권택 감독 콤비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소운 역할로 나온 손예진을 비롯한 일부 등장인물의 대사 처리가 약간 미숙하다는 점. 일부 장면(장승업이 지붕 위에 걸터앉아 세상을 향해 소리칠 때 어떤 할아버지가 기와 무너지겠다며 말하는 것 등)이 사족처럼 포함된 것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취화선의 감흥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취화선에 남겨진 과제는 이제 흥행이다. 작품성이 높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것이 드문 경우에 취화선이 포함될 수 있을지 10일부터 시작되는 흥행 대장정이 기대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표> 전자신문 독자평

 아이디 20자평 다섯별점

 enoo71 오늘 우리 눈에 맺힌 모든 피사체는 오원 장승업의 “혼”이다. ★★★★

 kimlw93 거장 임권택 감독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영화. ★★★★

 ewchi 혼이 깃든 오원 장승업의 손놀림과 색감. 진정 그는 자유인이다. ★★★★★

 dhr2000 칸이 아니어도 좋다. 이렇게 보고 감동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

 imom117 영상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수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