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른쪽 구리기판에 코팅 중 수소기체 거품 위에서 아연이 성장하고 있다. 파리의 내부구조를 고해상도 엑스선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오른쪽 아래는 눈 중심부를 2000배 확대한 것.
반도체 등 첨단재료와 의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나노미터(㎚)급 초미세 엑스선 현미경 기술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제정호 교수팀은 물질 내부구조를 나노 수준까지 볼 수 있고 미세공정의 전과정을 실시간으로 투시·관찰할 수 있는 초미세 엑스선 투시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제 교수팀이 스위스 EPFL공대, 중국 칭화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엑스선의 해상도와 선명도를 대폭 향상시켜 개발한 이 기술은 샘플을 파괴해야 내부를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전자현미경과는 달리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샘플의 내부 모습과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또 투과력은 우수하지만 저해상도·저선명도인 기존 엑스선 촬영과는 달리 고해상도인 300㎚의 분해능을 갖고 있어 초미세 수준에서 이뤄지는 반도체의 전기도금과 의과학·재료과학·고생대 화석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전기도금 현상을 연구,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네이처 9일자에 ‘전기도금시 기포 위의 금속증착현상(Building on Bubbles in Metal Electrodeposi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극히 작은 바늘 모양의 금속이 미세한 수소기포 위에 자라나 각종 결함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 고체 바탕의 금속 위에 지금까지 몰랐던 미세한 기체 거품이 형성되고 이 거품 위에 새로운 금속막이 생성되기 때문에 각종 코팅 결함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앞으로 전기도금의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의학에 응용할 경우 의료용 엑스선 촬영은 물론 향후 미세혈관의 연동운동, 체내 극소형 의료기기 동작, 항암약물과 인체의 상호작용, 암 종양의 파괴 등을 고배율로 투시·관찰할 수 있는 탁월한 현미경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국제연구팀은 이 기술을 △생명과학 및 고생물학 시료연구 △신소재 및 반도체 소재의 나노구조 규명 △나노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제 교수는 “이 기술은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현상들을 마치 영화를 보듯 가시적으로 직접 보여줄 수 있어 향후 첨단과학 분야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수십나노미터의 분해능을 가진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