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에서도 그동안 추진돼온 정보화 투자에 대한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IMF 이후 우리나라를 ‘닷컴’창업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IT경기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시작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IT거품론, IT환상론을 들고 나왔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IT경기 부양 효과를 의문시하는 혹독한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우리나라에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IT투자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5년간 기업정보화센터는 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기업정보화수준평가사업’을 실시했다. 여기에서 나온 자료를 통해 IT투자효과를 유추해보자.
지난 98년과 2001년 국내기업 정보화 수준과 IT투자 비율을 비교해 보면 대기업이 6.81%, 4.62%, 중소기업이 11.61%, 10.00%씩 각각 증가했다.그림1
외형적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정보화 수준이 향상돼 IT투자에 의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효율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형태는 철저한 분석에 의한 투자였다기 보다 다른 기업들이 도입하니까 하지 않으면 뒤떨진다는 생각에 투자분석 절차는 생략하거나, 하더라도 형식만 갖춘 투자인 경우가 많았다. 투자 후에도 IT투자관리나 사후평가를 체계적으로 실시한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정보화 수준은 소위 ERP 도입으로 대표되는 기업내 통합단계에서 e비즈니스로 대변되는 기업간 통합단계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다. 이 단계는 기업의 투자 방향에 따라 e비즈니스와 디지털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다.
2001년 기업정보화수준평가 결과를 보면 2001년도에 국내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평균 1.29%, 금액으로 따지면 약 7조원 정도의 돈을 IT분야에 투자했다. 우리나라 경제환경이나 규모로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결과 기업들은 비용절감, 생산성·고객만족도 향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보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해왔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 느끼는 정보화 효과는 ‘보통’이거나 ‘그런 편이다’ 정도의 수준인 3.0에서 4.0 사이에 불과하다. 그림2
이 결과는 기업들이 IT투자를 통해 얻은 정보화 효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는 있으나, 확신하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일고 있는 정보화 효과 분석 붐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증거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HW·NW 분야 등에서는 정보화 우수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고르게 타분야에 비해 높은 수준이나 정보시스템 활용도 측면에서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애초에 기대했던 것만큼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보화를 추진하는데 IT전략 수립이 미흡했고, 이를 실행하는 추진체계인 조직과 제도, 그리고 기업 전략을 종업원 전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인드 확산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적인 인프라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유지해 기업 이익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체계 구축에는 미흡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에 따른 개선의 여지가 많음은 물론이다.
정보기술을 기업 운영에 보조적인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는 이제 별로 없다.
기업들은 오히려 새로 다가오는 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하게 탈바꿈하기 위해 정보기술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의 정보화 투자에 있어서 과거와 같이 투자가 곧 성과와 직결된다는 막연한 사고에서 벗어나 IT투자 효과의 정량적 평가를 수반하는 체계적인 투자관리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그림3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1년도 1인당 정보화 투자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