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D-21.
전세계인을 열광시킬 지구촌 축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관련 행사와 특집 방송이 줄을 잇는 가운데 마무리 합숙 훈련을 위해 제주도로 떠난 ‘히딩크 사단’의 태극전사들은 고된 훈련에도 지칠 줄을 모른다.
월드컵 경기일이 다가올수록 흥분되는 것은 게이머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월드컵에는 경기 사전행사로 ‘월드 사이버컵(WCC)’이 열리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내달 10일부터 5일간 월드컵 경기장에서 실제 월드컵 경기 1시간 전에 열린다. 각 나라에서 선발된 대표 선수들이 EA의 온라인 축구 게임인 ‘FIFA 2002’로 승부를 가른다. 바로 사이버 세계에서의 축구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인 것이다.
이 대회에 참가할 우리나라의 국가 대표 선발전도 지난 2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 예선에 참가한 게이머만 1만5000여명. 온라인 예선을 통해 32명의 선수를 선발하는데 20일이 걸렸고 32명의 선수들이 3판 2승제 토너먼트 경기로 치른 32강전은 두 달이 걸렸다. 특히 국일관에서 랜파티 형식으로 치러진 8강 선발전에서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6명이나 입성했다.
실제 월드컵 경기를 연상시키는 치열한 접전은 이제 단 한 경기만 남겨 두고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다. 프로 게이머 이지훈 선수와 아마추어 최대한 선수. 이들 중 한 명은 한국 국가대표로 월드사이버컵에 참가하게 된다.
이지훈 선수는 신예 돌풍의 주역인 우기홍 선수를 2연승으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우기홍 선수는 우승 후보로 꼽혔던 박윤서 선수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던 주인공이다. 우기홍 선수와 더불어 신예 돌풍을 일으키며 아마추어의 자존심이라는 애칭을 얻은 최대한 선수는 강화평, 황상우 선수를 잇따라 이겨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바로 오늘 이 두 선수간의 결승 경기가 열린다. 수많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는 이 경기는 실제 월드컵 결승전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이지훈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노련미. 숱한 대회 출전 경험이 바탕이 됐다. 특히 중거리 슛과 개인기가 강하다. 반면 최대한 선수는 패스와 드리블이 정교하며 무엇보다 침착한 경기 진행이 돋보인다. 8강 이후 역전승도 여러번 했다.
이들 가운데 과연 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서 내달 10일부터 열리는 사이버 월드컵에 참여하게 될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누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선수들과 함께 절묘한 전략과 섬세한 플레이로 또 한차례 팬들을 흥분시킬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우리 월드컵 대표팀의 목표는 16강이지만 사이버월드컵 대표의 목표는 바로 우승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