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은 기업 내부의 역량과 함께 투자자 등 주변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창업투자조합 수익률에서 1위를 차지한 기은캐피탈의 허창문 투자본부장(50)은 주변 여건이 힘들질수록 기업 외부의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86년 기은캐피탈(구 한국기업개발금융) 창립 멤버로 합류, 17년째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몸담고 있지만 지금처럼 주변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도 없다는 게 허 본부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기은캐피탈은 최근 투자본부와 금융본부 등 본부제를 도입하며 조직을 4부 1팀 2지점에서 2본부 4부 6팀 2지점제로 개편했다. 변화된 직제는 IPO컨설팅 등 투자후 사후관리 분야에 초점을 두고 투자기업에 대한 토털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한국기술거래소는 물론 회계법인·증권사·종합상사 등으로 구성된 투자기업 마케팅 풀도 구성했다.
이와 함께 모은행인 기업은행과 협력을 통한 투자기업 금융지원도 확대했다. 기은캐피탈이 투자기업을 로열·골드·실버 3단계로 구분해 추천하면 기업은행으로부터 등급별로 각각 5억원, 3억원, 1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투자기업들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기업이 필요한 자금은 투자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부분과 융자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부분으로 구분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이외의 방법으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지원에 대한 부분은 모은행인 기업은행을 통해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기은캐피탈의 장점입니다.”
기은캐피탈은 또 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과 기업구조조정(CRC)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종합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인 셈이다.
기업들이 IPO만을 바라보기에는 시장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달 중으로 창투사 등록증을 반납하고 신기술금융사로 금감원에 등록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99년 기은할부금융과 합병되던 때부터 하고 있는 팩터링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신기술금융사로의 전환 계획은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조합 위주의 민간 벤처캐피털의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정부 산하 기관이나 은행 등 튼튼한 모기업이 뒷받침하고 있는 투자사들이 움직여야 합니다.”
현재 기은캐피탈은 124개 기업에 654억원의 투자 잔액을 갖고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앞으로 투자금액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벤처에는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비옥한 토지에서는 어떤 식물도 잘 자랄 수 있지만 이 같은 조건에서 피는 꽃과 열매가 모두 예쁘고 탐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에서 핀 꽃과 열매가 더욱 값진 것입니다.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벤처가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벤처기업의 몫입니다.”
허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의 성공은 스스로의 몫이지만 그 성공까지 이끌어가는 데는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안된다”며 “기은캐피탈은 벤처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충실한 이정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