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용 스마트카드>(4·끝)국내업계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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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이동통신 표준화 회의에서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fy Module)카드를 필수사양으로 못박는 것을 반대했지만, 일본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들이 찬성했습니다. USIM카드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지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FOMA’를 성공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 NTT도코모의 기요히토 나가타 이사의 설명이다. 늘상 독자노선을 추구해왔던 NTT도코모가 비록 끌려가긴 했지만 FOMA는 세계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벤치마킹 대상. SIM카드를 태동시킨 유럽권이 오히려 NTT도코모의 USIM카드 활용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다.

 ◇USIM과 시장지배력은 무관=NTT도코모는 FOMA에서 USIM카드를 채용하긴 했지만, FOMA가 자랑하는 많은 서비스를 단말기와 서버·네트워크에 담고 있다. 대신 USIM카드는 가입자 인증과 무선 공개키기반구조(WPKI) 보안수단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셈. 가입자 이탈을 막고 단말기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유럽 GSM 사업자들이 SIM카드를 각종 부가가치서비스(VAS)의 그릇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나가타 이사는 “가입자가 단말기를 교체할 경우 서비스에는 많은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시장 지배력 약화 등 USIM카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NTT도코모는 글로벌 표준을 도입한데 따른 더 큰 실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자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유럽 등 해외로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기술기반을 마련한 데다, 사업자 경쟁력도 단말기 유통구조 장악력에서 서비스 품질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구조 변화를 가장 염려하는 SK텔레콤 등 국내 사업자들이 UIM카드를 도입할 경우 결국 NTT도코모의 사례와 유사한 형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UIM로크(lock)가 대안?=무선인터넷과 m커머스 등 새로운 추세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로크’를 전제로 한 UIM(User Idenntify Module)카드 도입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UIM로크란 가입자의 UIM카드가 특정 단말기에서만 사용되도록 하는 일종의 잠금장치. 종전 단말기 제조사에 대한 장악력과 유통구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칩카드를 쓸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제도적 규제가 따르긴 하지만, 유럽 GSM 시장에서도 SIM 로크는 시도된 적이 있었다. 핀란드 SIM카드 관리 전문업체인 스마트트러스트의 앤티 바사라 사장은 “가입자와 단말기의 분리라는 취지에는 맞지 않지만 SIM로크는 사업자가 서비스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와 글로벌 마인드로 다시 태어나야=필리핀 이동전화사업자인 스마트커뮤니케이션스는 최근 이색적인 신문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 통상적인 단말기 홍보 대신 SIM카드를 대문짝만하게 실으면서 SIM카드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한 것. SIM카드가 보편화되면서 해외 이동통신시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자체가 화두로 등장한 결과다.

 국내에서도 금융용 칩카드가 단말기에 탑재되고, 이로 인해 UIM카드 도입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사업자들의 눈높이는 UIM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머물고 있다. 나가타 이사는 “FOMA의 USIM카드 경험에서 볼 때 결국 사업자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서비스 품질”이라며 “전통적인 시장구조에만 집착해서는 3G·4G 등 새로운 환경에 결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SIM카드는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글로벌’화를 재촉하는 계기로도 주목받고 있다. 향후 USIM카드가 필수사양인 3세대 이후 환경에서 표준기술의 수용여부는 곧 해외시장 진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향후 3세대 환경에서 USIM카드 구축에 따른 중복투자의 공산이 크다”며, 현재 국내사업자들이 UIM 기능을 뺀 채 금융용 칩카드만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