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탈 정보기술(IT)화될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코스닥위원회는 토론회를 갖고 신흥 업종의 코스닥 등록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위원회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등록되는 업종에 제한이 없는 만큼 신흥 업종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뚜렷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고 부가가치 창출로 국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업무 성격이 국민정서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굳이 신기술 업체가 아니더라도 코스닥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코스닥위원회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IT업체들의 주요한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IT 전문 자본시장을 벗어나 ‘탈 IT화’할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 이번 위원회의 입장정리에 따라 앞으로는 목욕탕, 식당, 골프장, 인력파견, 청소용역 업체 등도 코스닥시장 등록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비IT기업들의 진입 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코스닥시장 설립 이후 강력히 추진된 IT기업 육성화에 대한 의지가 퇴색돼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의 70% 이상이 IT업체로 전문 자본시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IT경기침체가 지속된다고 해서 코스닥시장이 ‘탈IT’화 하는 것은 정부의 IT 육성정책을 무색케 하는 처사며 이로 인해 IT벤처기업들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코스닥시장(주) 또한 IT위주의 시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코스닥IT지수를 만들면서 다양하고 변화가 많은 IT기업들의 교통정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코스닥시장이 탈 IT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전세계 IT경기의 침체와 함께 재부각된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꼽았다. 실제로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 중에서 전통주들의 비중이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 3월 코스닥50 구성종목 변경현황을 보면 7개 IT종목이 제외되고 강원랜드, 한국토지신탁, 기업은행, 교보증권, 리드코프 등 5개 비IT종목들이 편입됐다.
이같은 코스닥시장의 ‘탈 IT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코스닥시장이 안정적인 기업들을 진입시켜 퇴출에 대한 부담을 덜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스닥 등록기업이 거래소 상장기업수를 넘어서면서 우량 IT기업들은 대부분 들어왔다고 판단, 시장 규모를 늘리기 위해 진입 장벽을 완화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향후 성장성을 확신할 수 없는 IT기업들이 대거 들어올 경우 퇴출에 대한 부담이 높아진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최근들어 코스닥시장 등록 심사에서 성장성보다는 수익성 등 재무구조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 증시 관계자는 “IT 벤처기업 중심의 시장을 만들려고 했던 당초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성장성에 무게를 둔 벤처시장보다 현재 수익성을 위주로 한 시장재편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전체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코스닥시장이 비IT기업에 대한 코스닥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움직임은 시장 원리에 충실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코스닥시장의 한 관계자는 “IT기업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면서 코스닥시장에서의 비중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IT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고 있는데다 많은 IT기업들이 신기술 개발보다는 대기업에 종속돼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IT기업들의 안정성 및 성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증시에서도 안정적인 전통주에 대한 비중을 늘려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