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의 엔터프라이즈 영역 서버제품은 HP와 합병에도 불구하고 모두 살아남게 됐다. 이로써 2001년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한국HP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한국IBM의 ‘영광’은 짧은 기록으로 끝나게 됐다. 지난해 국내 유닉스시장의 10%를 차지한 컴팩코리아의 실적을 단순 합치기만 해도 새 HP는 국내시장의 38%를 점유,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의 최강자가 된다. 이는 한국IBM을 10%, 한국썬을 15% 가량 따돌리는 수치다.
특히 단종 논란이 있었던 ‘알파서버’는 오는 2005년 이후 알파의 OS인 트루64와 HP의 OS HP-ux가 기술적으로 ‘머지’돼 HP의 64비트를 대표하는 IA 64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컴팩코리아는 1분기에도 한국전력거래소·SK텔레콤·숭실대·증권거래소 등 업종 전반에 걸쳐 알파서버를 고르게 판매, 향후 새 HP가 주력하게 될 ‘64비트 서버시장’을 탄탄하게 했다. 업계에서는 한국HP가 IA64 비트 기반의 2단계 버전인 매킨리가 출시되고 이 제품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까지 64비트 기술이 적용된 ‘HP 알파서버’의 덕을 톡톡히 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C서버 분야에서 새 HP가 누릴 ‘합병 효과’ 역시 대단하다. ‘HP 프로라이언트’로 공급될 컴팩코리아의 PC서버는 지난해 총 1만5872대가 판매돼 한국HP의 판매량 5154대를 합할 경우 2만대를 넘게 된다. 이는 2, 3위인 LGIBM(7952대)과 삼성전자(7667대)의 실적보다 3배 정도 많은 양으로 PC서버 시장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게 된다. 서비스시장은 외형적으로 한국IBM과 경쟁할 만한 규모를 갖추게 되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 한국IBM와 완벽한 경쟁체제가 형성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컴퓨터시스템그룹의 제품 로드맵은 국내시장에 무리없이 재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P의 기업용 데스크톱PC(벡트라)와 노트북PC(움니북), PDA(조나다)의 폐지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국내에서는 기업용과 소비자용 모두 컴팩코리아 제품의 강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따라서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지 않은 기업용에서는 컴팩제품(EVO)으로의 일원화가 당연시되고 있다.
또 비중이 낮더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소비자용에서는 컴팩의 프리자리오와 함께 HP의 파빌리온을 살린 것도 절묘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DA도 컴팩의 아이팩이 워낙 강세여서 조나다의 폐지가 당장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새 HP는 국내에서 컴팩의 기업용 데스크톱·노트북PC인 에보(EVO)와 소비자용 데스크톱·노트북PC인 프리자리오, 한국HP의 소비자용 데스크톱·노트북PC인 파빌리온 등 세가지 브랜드로 진용을 갖추게 된다. 이같은 제품진용은 매출에서 타격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용 중복제품 폐지로 시장에서 큰 손실없이 생산과 인력의 절감을 꾀할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지&프린팅그룹의 제품 로드맵은 국내에서 새로운 조정이 필요없을 만큼 중복되지 않는 부문이다. HP와 컴팩은 프린터와 빔프로젝터 등의 제품이 겹치지만 한국HP는 빔프로젝트를, 컴팩코리아는 프린터를 아직까지 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프린터, 스캐너, 디지털카메라, 플로터, 빔 프로젝트로 제품이 구성되는 국내시장에서는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이미지&프린팅 그룹은 특히 그동안 PC에 종속돼 있던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많은 제품군으로 독립적인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국내에서 만큼은 HP의 강세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유성호 shyu@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