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세일즈→마케팅업체로 `새옷` 입는다

‘마케팅 기업’을 향한 한국IBM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오는 6월 1차 ‘마케팅최고경영자(CMO:Chief Marketing Officer) 콘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분기별 CMO 콘퍼런스를 정례화하는 등 ‘CMO 역할론’을 비롯한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캠페인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기술과 경영의 만남’이라는 주제의 대규모 고객행사를 개최한 한국IBM은 ‘마케팅은 한국IBM의 주요한 경영 툴이자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매개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IBM의 마케팅은 우선 ‘시장분석·전략수립 등을 전제로 한 실행’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IBM은 지난 2000년 산업별·제품별로 가동하던 마케팅조직을 한 데 모아 마케팅본부(본부장 이장석 상무)를 신설, 시장전략분석팀·전략기획팀·제품별전략기획팀·채널전략팀·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등 5개 조직으로 구분했다.

 60여명의 인력 중 15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이 기획·전략부문에 배치돼 있는 상태. 특히 한국IBM의 마케팅 조직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신규수요 창출’이라는 분명한 지표를 세우고 일반 영업조직과 같은 매출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IBM의 마케팅전략은 서버·솔루션·서비스 등 IT토털 솔루션 업체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제품마다 제 각기 벌이고 있는 캠페인이나 이벤트, 홍보활동 등을 효율성 측면에서 단일한 기획과 실행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목소리로 묶을 필요가 제기됐다. 마케팅에 대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IT가 기업의 경영혁신의 주요 툴로 부각되면서 실제 IT 도입에 대한 의사결정이 기업 내 마케팅담당 임원으로까지 확산된다는 시장흐름도 중요한 이유다.

 한국IBM은 6월 콘퍼런스에서 IBM이 마케팅 기업으로 어떻게 전이(트랜스포메이션)했는지, 자사 사례를 중심으로 시장 및 경영분석, 전략 등의 마케팅 툴을 이용해 시스템화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을 소개할 계획이다. 또 연말께부터는 한국IBM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전통적인 세일즈 회사인 한국IBM이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점은 이미 C레벨 마케팅이나 라인 오브 비즈니스(LOB) 대상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IT 전문기업들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한국IBM과 대등한 규모로 경쟁할 기업으로 떠오르는 통합HP 역시 이런 추세에 가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CMO 역할론’이 새로운 화두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장석 상무는 “기업내에서 IT와 경영을 모두 아는 사람이 드문 상황에서 마케팅본부야말로 IT와 경영의 접목을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전략적 집단”이라며 “기술 마케팅을 접목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