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반입된 대형 PDP TV, HD TV 등 첨단 고가 디지털 가전이 시중에 대량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9일 관세청 등 세무 당국에 따르면 최근 부산항을 통해 컨테이너 박스로 4∼5대 분량의 일본 내수용 가전제품 20억원 어치가 밀반입돼 용산전자상가 등 주요 상가를 중심으로 판매됐다.
PDP TV 등 고가의 대형 디지털 가전 밀반입 제품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수량과 밀반입 과정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밀반입 제품은 대형 PDP TV를 비롯해 HD TV, 카메라, DVD플레이어 등 주로 고가 디지털 가전으로 소니, 파나소닉, JVC, 히타치 등 유명 외산브랜드를 대부분 망라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처럼 고가 대형 가전의 밀반입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일단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하면서 특히 일본 신제품의 경우 국내로 유입돼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인증절차 등에서 1개월 이상 소요돼 그 틈새를 비집고 밀반입 제품이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가 상품의 경우 밀반입 액수가 소량이면 큰 이익을 챙길 수 없지만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인 고가제품의 경우 몇 대만 밀반입해 세금만 회피해도 최소 수천만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 검찰청은 밀반입 조직과 연계해 밀반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부산항 세관직원을 구속했고 관세청 감찰반은 일본 현지에 급파돼 조직적인 밀반입 과정을 탐문수사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밀반입 총책 최모씨가 최근 밀수 수량 및 공급업체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용산 등지에 제품을 공급하는 몇몇 국내 유통업체의 실명까지 거론돼 고가 가전의 불법 유통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관세청 감찰반이 조사한 결과 밀반입 업체들은 일본내 덤핑 물건 등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고가 디지털 가전을 현지에서 대량 매입한 뒤 현지 거주자 또는 유학생의 이사화물로 위장, 부산항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드러난 밀반입 액수는 수십억원 단위지만 계속되는 조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 수백억원 단위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