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 월드컵 향해뛴다]재미있는 과학월드컵 이야기

 ◇소박스/도핑테스트 과학이다.

 과학월드컵에 있어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중요한 기술 중의 하나는 도핑테스트, 선수들의 약물투여를 확인하는 월드컵대회의 기술인프라다.

 국내에서 ‘도핑테스트’는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남자 100m 육상경기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약물반응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아 금메달이 취소되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또 94년 미국 월드컵 때에는 마라도나가 도핑테스트에 걸려 출전하지 못해 16강 진출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한국인에게 약물복용은 굳이 스포츠 선수가 아닌 대중에게도 보편화된 상태다. 갖가지 보신식품이 발달돼 있고 정기적으로 보약, 강장제를 즐겨 먹는데 선수들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부정약물로 오해받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

 사실 축구는 육상이나 수영에 비해 약물 과용 사례가 많지 않은 편이나 대부분의 축구선수들은 더욱 엄격해지는 도핑테스트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심지어 커피 8잔만 마셔도 카페인 과용으로 출전금지될 만큼 최근 도핑테스트는 수위를 높여가는 추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기간중 게임당 4회씩 약물테스트를 시행 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도핑컨트롤센터가 월드컵조직위원회의 도핑테스트를 전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축구선수들의 도핑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될까.

 월드컵조직위는 매 경기가 끝나자마자 테스트 대상 선수를 임의로 지명한다. 선수는 유니폼을 입은 그대로 테스트장에 직행해서 소변 샘플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땡볕 아래서 90분을 뛴 선수들이 좀처럼 소변이 나오지 않아 적잖게 고생을 한다는 점이다. 도핑컨트롤센터의 검사요원들은 월드컵 경기내내 경기마다 엄청난 수량의 ‘소변팩’을 갖고 씨름하게 된다.

 월드컵에 출전한 32개팀 선수단에는 이미 ‘약물검사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담당의사의 처방 없이는 아파도 함부로 약도 못먹고 약용차나 쓸데없는 간식도 금물이다. 일부 감독들은 아예 선수들의 훈련장밖 외출을 금지할 정도다.

 그러나 월드컵 선수들의 약물복용 여부를 가리는 도핑컨트롤센터의 장비수준은 오랜 기간 설비투자가 없어 매우 노후한 편이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 관계자들은 서울올림픽 때 구매했던 도핑테스트 장비들이 아직도 쓸 만하다며 자위하는 실정이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월드컵대회가 소변 몇 방울로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핑분야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소박스/월드컵 축구공·축구화에도 과학이 숨겨져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의 공인 축구공인 아디다스의 ‘피버노바(Fevernova)’는 첨단과학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버노바는 그동안 월드컵에 사용됐던 어떤 축구공보다 구형에 가깝다. 아디다스는 축구공의 한치 흐트러짐 없는 구형을 실현하기 위해 자체 연구소와 디자인센터 연구원들이 협력해 수백여종의 신소재를 검토했다. 그러나 해답은 다른 데서 얻었다. 소재를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축구공 안쪽 섬유 패드 내에 미세한 공기방울을 촘촘히 배열하기로 한 것. 공기주입기를 투입해 패드 안에 생성된 공기방울은 선수들이 공을 찰 때에는 반발력, 탄력, 그리고 회전력을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낳았다.

 공인 축구공은 아니지만 나이키가 아디다스에 대응해 내놓은 ‘지오 멀린 베이퍼’도 완벽한 구형에 가깝도록 초점을 맞춰 제작했고 속도도 기존 공보다 1.5% 증가시켰다.

 축구화에 투입된 과학 요소는 더 많다. 공과 접촉하는 축구화 앞면과 옆면을 박음질 처리로 바꾼 아디다스의 ‘코파 문디알’이 82년 스페인 월드컵을 통해 각광을 받은 이후 축구화는 ‘마이크로 파이버(방수소재)’ ‘캥거루 신서시스(합성가죽)’ 등 각종 신소재 도입과 돌기형·루프형·아치형 등 기능성 디자인의 혁신과 바람이 불었다.

 최근 축구화의 이슈는 초경량화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시선을 모았던 브라질 호나우두의 전용축구화 ‘R9머큐리얼’은 상의 유니폼의 무게와 같은 245g(275㎜ 기준)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맞아 선보인 나이키의 ‘머큐리얼 베이퍼’는 가죽 두께를 3㎜로 최소화했고 무게를 종전의 절반인 196g으로 줄였다. 미즈노의 ‘웨이브컵 히바우두 2002’도 200g 정도다.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마니아’는 특수 제작된 고무 돌기를 부착해 초당 1.48%로 회전력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결국 축구화의 ‘맨발의 착용감’과 ‘정확한 슈팅력’을 보강하는 데 소재와 디자인 과학이 적용된 것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