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등급분류가 전면 시행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게임은 단연 도박류 게임들이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박류 게임들은 거의 무풍지대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 등 타 플랫폼 게임이 ‘사행성’ 시비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것에 비하면 한마디로 온실생활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사행성 여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등급분류가 시작되면 거의 모든 도박류 온라인 게임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사행성의 경우 오프라인상에서 적용되는 법체계가 분명한데다 사회적 인식도 규제쪽으로 쏠려 있어 등급분류 기준에 포함시키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오프라인상의 ‘도박개장죄’를 온라인 게임에 적용한 판례까지 나온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등급분류 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사행성과 관련된 등급분류 기준을 기존 아케이드 게임과 똑같이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기준의 경우 네트워크로 다자간이 이용할 수 있는 도박류 게임물은 등급보류 판정을 내리는 등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온라인 게임에 적용할 경우 도박류 온라인 게임은 100%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도박류 온라인 게임은 등급분류가 이뤄지지 않는 사이 벌써 300여종을 헤아릴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게임이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것은 산업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의 사행성 기준은 다소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럴 경우 아케이드 게임과의 형평성 문제가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 비록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지만 현금이나 현물이 거래되지 않는 게임이 많은데다 직장인 등 성인들의 좋은 놀이문화로 각광받는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게임별로 사행성 등급분류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오프라인상에서 적용되어온 도박 관련법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형법에는 현금이나 현물이 오고 가는 도박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도박장소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각각 도박죄와 도박개장죄를 적용,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가 허가하지 않은 곳에서 카지노류 게임을 설치해 운영하는 경우도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도박류 온라인 게임에서도 △게임 결과에 따라 현금이나 현물이 제공되는 경우 △이용자간 현금 및 현물 거래를 지원하는 경우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충전하는 경우 △카지노류 게임 등은 불법으로 간주, 등급보류 판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마일리지 포인트나 보너스 포인트를 사이버머니로 충전하는 경우 △유가적 가치가 없는 사이버머니를 제공하는 경우 등은 합법적인 게임으로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도박류 게임에 어떤 등급을 부여할 것인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영등위가 마련한 등급분류 기준안의 경우 현금 및 현물 거래가 없는 것을 전제로 포커, 고스톱, 경마, 빙고 등 도박류 게임들을 모두 18세이용가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박류 게임이라고 무조건 성인만 즐겨야 한다는 발상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현금 등 유가적 가치가 거래되지 않는 이상 도박류 게임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많기 때문이다.
NHN 김범수 사장은 “도박이라 하면 현금이 거래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카드놀이를 게임에 차용했다고 무조건 도박 게임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현금 등 유가적 가치가 거래되지 않은 순수한 게임으로 인정, 청소년의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현금거래가 없는 카드류 게임을 무조건 성인등급으로 매기는 것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