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은 벤처투자하기 좋은 나라’ 토론회에 참석한 각국 벤처투자자들은 한국이 통신,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 전반의 고른 성장에 기반한 경쟁력을 갖춰 몇가지 여건만 개선되면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내다봤다.
“한국 벤처산업은 성장을 위한 모든 구성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이제 그 재료들을 가지고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일만 남았다.”
국제적인 벤처캐피털들은 국내 벤처투자시장에 대해 투자할 기회가 많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특정산업에 대한 기형적인 성장이 아닌 통신,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 전반의 고른 성장에 기반한 경쟁력을 한국 벤처산업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해외 벤처캐피털들이 한국내에서 투자활동을 하기에는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문화, 투명성 미흡 등 아직 많은 제한요소들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ATRE(Asian Technology Roundtable Exhibition) 2002’ 콘퍼런스의 ‘한국에서의 국제벤처캐피털들의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의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사 관계자들은 한국이 벤처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훌륭한 생태계를 이미 갖췄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칼라일 그룹의 토니 잔스 이사, 인텔캐피털의 카돌 충 이사, 파라클토스 폴 김 파트너, 제인 크로포드 3i PLC 이사, 그레이프리즘 진 번 사장 등은 한국 벤처캐피털시장이 성숙되기 위해서는 아직 일정기간이 경과돼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인 크로포드 이사는 “한국 벤처기업들은 일정 수준까지는 성장가도를 달리지만 그 이상의 성장에는 한계성을 드러내는 게 대부분”이라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선진 경영이 결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크로포드 이사는 또 한국시장 자체가 일정 수준의 소비력을 갖추고 있고 인력과 모든 요소들이 갖춰져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해외 벤처투자자금의 유치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투자시스템 등 이에 맞는 제반 여건들이 좀더 성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 김 파라클토스 파트너는 “IMF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바뀌면서 우수인력의 탈대기업화가 많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며 “지속적인 우수인력들의 벤처화를 위해 많은 유인책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산업에 대해 카돌 충 인텔캐피털 이사는 “모든 벤처캐피털들이 투
자기업을 수십억달러 규모로 키우겠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벤처캐피털들의 나름대로의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게 목적이고 국제 벤처캐피털들도 한국시장에 이같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존스 칼라일그룹 이사는 “한국은 인프라, 각종 변호사·회계사·마케팅 등의 전문인력, 기술개발을 위한 대학, 우수기술을 포용할 수 있는 기업군 등 벤처생태계가 모두 구축되어 있지만 세계적인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하기에는 투자단위가 너무 작다”고 설명했다.
존스 이사는 또 “한국 벤처캐피털의 경우 국내 투자중심의 대만 모델과 글로벌 투자중심의 이스라엘 모델의 혼합된 과정에 존재하고 있다”며 “어느것이 성공적인 모델이 될지는 시장환경을 파악, 한국 벤처캐피털들이 스스로 판단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프리즘의 진 번 사장은 “5년여 투자활동을 하는 동안 한국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 모든 산업분야에 걸친 고른 경쟁력으로 판단했다”며 “대만이 하드웨어, 인도가 소프트웨어라는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는 차별된다”고 밝혔다. 이런 차별성은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투자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벤처캐피털산업에 대한 평가에 대해 참석자들은 은행 출신의 1세대 벤처캐피털리스트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지만 25∼35세의 2세대가 많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발전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또 한국 벤처산업은 아직 빵이 구워지고 있는 중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가지고 어떤 성급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세계의 벤처캐피털들이 그 성장가능성만은 높게 평가하고 나름대로 성장단계, 분야별 전략을 세워 투자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국 벤처캐피털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 감각을 갖춘 외국인 파트너 영입, 투자기준의 국제화 등 글로벌화를 위한 오픈 마인드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