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이사회 분할안 동의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가 채권단이 제시한 분할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방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함에 따라 하이닉스 처리문제는 일단 회사분할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하이닉스 이사회는 향후 상정될 분할매각의 방향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정해야 하고 반드시 이사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구조조정 초안을 만들 외부 전문기관 선정에도 간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하이닉스 이사회가 앞으로도 하이닉스 문제 처리에 상당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사업을 살려 독자생존하겠다는 하이닉스와 이사회진을 전면 교체해서라도 매각을 강행하겠다는 채권단간에 분할형태와 분할 이후의 해법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상이몽=하이닉스 이사회가 사업분할안에 동의한 것은 지난달 30일 마이크론의 조건부 MOU를 부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매각을 강경태세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에 계속 반기만 들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채권단이 추가지원을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맞수만 두다간 법정관리 등 극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회사분할안은 당초 하이닉스가 내놓았던 독자생존안에도 비메모리 부문을 분사, 외자유치를 통해 떼내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어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독자생존을 재추진하자는 내심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 임직원과 노조도 “일단 이사회가 추진하는 방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정부와 채권단이 이사회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반대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하이닉스 이사회 분할안 동의는 사실상 독자생존안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사진도 내달 25일께 교체해 매각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등분=아직까지 어떤 형태로 하이닉스를 쪼갤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실사 및 구조조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하지만 매각용이성이나 향후 모습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가능한 방안이 △메모리(유진공장, 패키징 및 테스팅 별도 분리 가능) △비메모리 △TFT LCD △기타 비영업 부문 등으로 ‘4등분’하는 것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이미 비메모리와 TFT LCD 부문의 매각작업은 상당수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미중인 박종섭 전 대표이사는 비메모리 매각작업을 위해 해외 금융컨소시엄 1, 2곳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TFT LCD는 대만 캔두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깨진 이후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사업성이 워낙 좋은 부문이어서 매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메모리 부문.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몸통’인 메모리 부문에 대해 매각을 강행하려 한다면 하이닉스와 소액주주, 노조 등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이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부 방법론에서는 13조4700억원의 자산과 8조4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매각부문의 부채를 낮추고 청산부문에 부채를 집중해 사실상 부채탕감의 효과를 거두는 방안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이후 일정=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우선 내주까지 분할방안을 컨설팅할 외부 전문기관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모건스탠리와 도이체방크, 안진회계법인 등 7∼8곳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기관이 선정되면 사업부문별 경쟁력 여부를 따지는 실사작업이 한달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1일에는 채권단이 2조990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CB)를 출자전환, 지분 75% 이상을 가지는 최대주주로 부상해 내달 25일께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총의 의결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안건발의 후 적어도 5∼7주가 걸려 시간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액주주나 노조의 반발을 무마시켜야 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