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예상밖 부진`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11%를 상회하는 급등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주들은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9일 증시에서 반도체 선도주인 삼성전자는 장초반 37만8000원까지 상승하면서 3일 연속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장막판에 하락세로 반전, 전날보다 0.13% 하락한 36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아남반도체는 장초반 5930원까지 상승했으나 점차 하락, 150원(2.68%) 오른 5730원에 장을 마쳤다.

 유니셈과 블루코드가 전날보다 각각 9.2%과 11.7% 상승,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인 데 비해 아토와 원익은 각각 1.96%, 0.96%씩 오르는 등 소폭 상승에 그쳤다. 미래산업도 1.40% 상승한 1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케이씨텍은 1.23% 떨어진 6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반도체주가 급반등에 성공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으나 9일 국내 반도체주들의 움직임은 의외로 차분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은 8일(현지시각) 하루에만 7.8%나 급등했으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1.1%나 오르며 최근의 낙폭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스코의 실적 발표를 통해 미국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경기의 하반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낳고 있다며 향후 국내 증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스코의 실적을 통해 2분기에도 전반적인 IT수요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하반기 반도체와 IT경기 회복에 기대가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이 안정을 찾을 경우 국내시장의 상승을 이끌 주도주로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주를 꼽고 있다. 경기 민감주로 미국 경기회복시 가장 큰 수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에 비해 실적개선 속도 역시 가장 빠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불발에 따른 악재는 최근 주가에 이미 반영됐으며 삼성전자가 주가 하락기에도 다른 종목에 비해 하방경직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종의 매력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주 등 국내 주가의 급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시장의 단기상승 역시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며 이날 128MD램 가격이 2달러10센트까지 떨어지는 등 반도체 현물시장의 동향은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반도체주의 급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여건이 덜 성숙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수 신한증권 책임연구원은 “반도체주가 의미있는 상승세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구체화된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그 신호가 없다”며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회복 전망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저점에서의 비중확대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