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해킹·스팸메일 대책` 뭘 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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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통부가 내놓은 국경간 해킹·스팸메일 대책은 국내 정보통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정보통신 대국으로서의 국가적 위상을 확립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인터넷 이용인구도 날로 늘고 있지만 스팸메일·해킹 등 역기능 또한 그와 비례해 증가함으로써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책 수립 배경=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웜바이러스 및 스팸메일이 증가하고 있다. 또 국내 정보보호 인프라의 보안성이 취약해 해킹의 경유지로 활용되는 사례가 날로 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따르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신고는 2000년 5만124건에서 지난해에는 6만5033건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3만5157건이 웜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로 집계돼 웜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해킹도 위협적인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KISA가 지난해 접수한 해킹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해킹 관련 신고 처리건수는 5333건으로 전년의 1943건에 비해 무려 174%나 증가했으며 69%가 해킹을 하기 위한 스캐닝 시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경간 해킹 872건 가운데 한국이 단순 경유지로 활용된 경우가 47%에 달했고, 국외에서 국내 시스템을 공격한 경우도 33%나 됐다. 반면 국내에서 국외로 공격한 것은 175건으로 20%에 불과해 국내 시스템이 해외 해커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도 지난해 8월부터 4월 중순까지 모두 4300여개 서버시스템이 해외 해커로부터 해킹을 당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국내 시스템이 해킹뿐만 아니라 스팸메일의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미국 시민단체인 앤티스팸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2개월 동안 한국의 26개 사이트가 스팸메일 중계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to’ 도메인 등록사인 미국 토닉사는 국내 ‘wo.to’ 도메인이 스팸메일을 대량으로 발송했다는 신고를 받고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대응 방안=정통부는 이처럼 국내 정보통신 인프라가 해외 해커들과 스팸메일의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옴에 따라 유형별로 대책을 내놨다.

 정통부의 대응방안은 구체적으로 6가지로 요약된다.

 △각종 악성코드 대청소 △취약부문에 대한 원격진단서비스 실시 △예경보 강화 및 관련기술 개발 △정보보호 마인드 확산 및 관리자 교육강화 △국경간 해킹·스팸메일 문제 대응체계 강화 △스팸메일 차단대책 등이다.

 이 가운데 악성코드 대청소를 위한 대학생정보보호봉사대 조직계획과 전국순회교육 계획이 눈에 띈다. 대학생봉사대는 대학교 정보보호 동아리 회원들로 구성되며 우선 경기지역의 600여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방학중 현장을 방문해 악성코드 청소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정통부는 한국정보교육학회 주관으로 취약지역으로 지적되고 있는 경기지역의 전산담당교사 1600여명에 대해 순회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인터넷PC문화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PC방 관리자를 대상으로 대청소 지침서도 배포할 예정이다.

 취약부문에 대한 원격진단서비스를 위해서는 이미 KISA를 통해 스팸릴레이 점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점유율이 높은 솔라리스·윈도·리눅스 서버를 대상으로 취약점 원격진단시스템을 개발,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해킹바이러스 조기 예경보체계인 ‘e-WAS’의 개발을 추진하며 정보보호 마인드 확산을 위해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민간 정보보호협의회’를 구성한다. 초·중·고교 보안담당 교사의 기술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학중 교육과정인 ‘정보보호교사 과정’ 운영도 추진한다.

 국경간 해킹·스팸메일 문제는 KISA 해킹바이러스상담지원센터와 정보보호업체·백신업체·정보보호동아리 등으로 구성되는 대책반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키로 했으며 정통부 주관하에 ISP·백신업체·KISA가 정기적인 모임을 개최해 ISP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