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이 한권의 책]잭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

 *잭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잭 웰치 지음/ 청림출판 펴냄

 

 베스트셀러 위주의 책 고르기는 독서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책읽기에 실패하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문학적으로 훌륭한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동시대인이 필요로 하는 용기와 현실의 고달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책들이 시대에 영합하는 얄팍한 상술에 근거해 급조된 책일지라도 독자는 필요한 메시지를 걸러낼 만한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게 평소의 믿음이다.

 최근에 읽은 ‘상도’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잭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청림출판)’ 모두 그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책이고 문학사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할지라도 현실에서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독거려주는 책들.

 3월 초로 기억된다. 한국CA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갑자기 혼자된 듯한 외로움과 아직 그럴 만한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하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전공인 마케팅이라면 어디에 떨어뜨려놓아도,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세일즈라니, 나의 무엇을 보고 사장 자리에 앉혔을까.

 답답한 심정에 집어든 책이 바로 ‘잭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였다. 이 책은 관료적이고 보수적이었던 GE를 변모시켜 회사의 시가총액을 40배 가까이 키운 ‘경영의 신’이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기술한 인생 역정과 경영이념, 일에 대한 열정 이야기로, 새로운 도전을 앞둔 필자에게 많은 교훈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나에게 준 용기는 최연소 회장이었기 때문도 아니고, 회사를 엄청나게 성공시켰기 때문도 아니다. 필자에게 그렇게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회사를 이끌겠다는 생각도 없음은 물론이다. 오히려 남과 다른 열정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얻어온 배움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진리임을 일깨워줬기 때문이었다.

 CEO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지성과 직관, 그리고 열정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며 그 가운데에서 늘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열렬히 완성하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좋은 사람을 선택하고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갖는다면 내 자신이 세일즈 경험이 없더라도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성공은 자기 자신의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인재를 키우는 데서 오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왜 나에게 한국CA 사장이라는 어려운 자리를 맡겼을까’라는 의문과 ‘어떻게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일말의 해답을 얻는 듯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 분야에서 해온 역할을 좀 더 넓은 분야로 넓히라는 메시지며, 필자 본인의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고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에 대한 그러한 회사의 판단은 결국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기도 했다.

 문득 비행기 편도 달랑 한 장과 2만달러를 들고 유학가던 내 스무살 때의 당돌함과 자신감이 떠올랐다. 비록 돌아올 비행기표도 6년간의 학부와 대학원을 마칠 수 있는 충분한 돈도 없었지만 뭐든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과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때의 열정으로 돌아가려 한다. 사람을 다르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열정이라고 했든가. 아마 잭 웰치가 말한 대로 정말 CEO는 골치 아픈 반면 최고로 재미있는 직업인지 경험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단 CEO를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시 잊었던 열정을 찾는 데 작은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권한다. <지일상 한국C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