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경기 경기회복 어디까지 왔나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체감 경기가 반도체·LCD→컴퓨터→시스템통합(SI)→SW 순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하에 국내 IT기업의 1분기 실적을 업종별로 진단한 결과 국내 IT경기의 회복은 컴퓨터와 SI부문의 중간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증권가엔 이미 어닝서프라이즈를 터뜨리며 IT성장에 불을 댕긴 반도체·LCD·부품 등 경기 선행 IT업종의 회복세가 확인된 상태며 컴퓨터를 비롯한 실물 산업의 회복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SI수요 본격 확대와 SW 활성화가 기대되는 분위기다.

 올들어 IT산업 경기 활성화에 대한 확신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IT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반도체 및 LCD·부품부문의 1분기 실적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다음 단계로의 경기 진작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진작의 견인차 반도체·부품=삼성전자는 반도체 및 TFT LCD 부문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9.1% 상승한 2조9700억원을 기록했고 하이닉스도 같은 부문 1분기 매출이 1조763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3%나 늘어났다. 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인 케이씨텍은 1분기에는 전년과 비슷한 실적에 머물렀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확대를 예상, 전년 동기 대비 100%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TFT LCD업체의 1분기 실적은 대체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산엘시디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0% 증가한 226억원, 순이익은 134% 늘어난 2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인디앤씨도 75억원 매출에 1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밖에 PCB업체인 대덕전자는 휴대폰용 빌드업 PCB의 꾸준한 수요증가로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690억원을 기록했으며 대덕GDS는 디지털가전시장의 수요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4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활황세만 남은 컴퓨터=컴퓨터 업종의 대표업체 삼보컴퓨터는 정확한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1분기 PC 총 판매대수가 8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시장에서의 PC판매가 다소 줄고 수출에서 20% 가량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국내 PC시장도 지난 99년의 Y2K수요 이후 교체수요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지난달 국내 컴퓨터 시장의 성장률이 27.6%에 달했다는 점은 그동안 잠재돼 있던 컴퓨터 교체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상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주컴퓨터, 현대멀티캡도 이같은 국내 수요 확대 기대감을 타고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지고는 있지만 조심스런 SI=5개 등록 SI업체를 포함한 국내 19개 SI업종 전체의 1분기 실적은 매출에선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1조1221억원이었지만 합계 경상이익은 13.9%나 감소한 342억원에 그쳤다.

 이는 공공 부문을 포함, 민간기업까지 SI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SI업체간 출혈경쟁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더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을 반영한 것이다.

 일단 1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이익률 모두를 큰 폭으로 증가시킨 신세계I&C 등 개별 우량업체를 중심으로 업황 호전이 예상되고 이후 지난해 중단됐던 공공프로젝트가 시행되는 3, 4분기로 가면서 업종 전체의 회복세 진입이 예상된다.

 ◇갈 길 먼 SW=SW업체 대부분이 아직 분기실적을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중 최저실적 분기에다 경기불황에 따른 실적감소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기업용, 보안, 엔터테인먼트 SW의 대표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더존디지털웨어, 안철수연구소, 엔씨소프트 등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90%에서 한자리수까지 성장했다는 발표치가 전체 시장이 바닥은 벗어났다는 평가를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들 대표 종목으로 전체 SW업종의 미래를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IT경기 회복 마지막부문에 이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하반기 이후가 돼야 이들 SW업종의 회복세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