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9일 “KT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정부의 KT 민영화 계획이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KT 지분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사업도 바쁜데 남의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지분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로 풀이된다. 삼성 구조본의 한 관계자도 “삼성은 지금까지 KT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외부에서 자꾸 말을 만들고 있다”면서 “이 회장의 발언대로 KT 지분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의 KT 입찰불참은 반도체 등에 신규투자가 필요한 데다 최근 KT 민영화를 둘러싼 삼성 특혜설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어쨌든 삼성의 불참 선언으로 삼성의 참여를 촉매제로 지분매각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려던 정부와 KT의 기본계획엔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KT와 주간사를 비롯해 SK·LG 등은 이날 저녁 이건희 회장 발언의 진위 파악에 나선 한편 삼성의 불참이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SK와 LG 등은 삼성에 맞대응해 지분을 참여하거나 아예 포기할 계획이었는데 이번 불참 발언으로 다시 생각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삼성이 KT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지분매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