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통은 최근 140억원을 투자해 전국 850개에 달하는 LG25 편의점의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을 전면 교체했다. 이에 앞서 LG는 위성을 이용해 물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물류 전산망을 구축하고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주문하면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통해 물건을 배송해 주는 정보 시스템까지 갖춰 주목을 받았다.
유통업계가 변하고 있다. 이전 유통업의 화두는 ‘규모의 경쟁’이었다. 대대적인 확장을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보장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용 및 생산성과의 싸움’이다.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얼마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유통업계에 정보화 바람이 거센 것도 이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보기술(IT)이 유통업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주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POS, 공급망관리(SCM),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 고객관계관리(CRM)는 이미 유통업계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유통업의 정보화를 촉발시킨 일등공신은 단연 POS다. 모든 정보시스템의 밑거름인 POS는 지난 9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유통정보센터에 따르면 93년 1만대를 돌파한 이후 97년 5만2000대, 2000년 7만3000대에 이어 올해말까지 대략 10만대가 설치될 전망이다. POS는 재고관리와 매출분석이 실시간으로 가능해 효율적인 매장운영을 할 수 있다.
POS가 유통 정보화를 위한 손과 발이라면 SCM은 불합리한 유통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본 뼈대다. SCM을 통해 소매점의 다양한 상품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어 물류와 제조업체는 쉽게 배송 의뢰 패턴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더 나아가 소매 점포의 판매정보를 제조와 유통·물류업체가 실시간으로 공유해 유통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이미 SCM의 도입을 위해 정부 주도의 SCM민관합동위원회가 발족, 활동중이며 LG유통·롯데마그넷·삼성테스코·한국까르푸·한화유통 등 메이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SCM 구축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POS와 SCM은 CRM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다. CRM 시스템을 통해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 이미 현대와 롯데·신세계 백화점은 지난 95년부터 CRM을 도입해 우량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들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타깃 마케팅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성장의 키워드이자 차별화 수단으로 CRM을 꼽을 정도로 전략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TV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e쇼핑 업체도 날로 매출비중이 로열티있는 소수고객 위주로 옮겨감에 따라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CRM 도입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LG홈쇼핑·CJ39쇼핑 등 주요 홈쇼핑업체는 고객 데이터마이닝에서 주문·배달까지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 GDP의 13% 수준에 육박함에도 유통은 그동안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로 인식돼 왔다. 기존 유통과 신유통업체를 막론하고 비효율적인 물류체계, 낙후된 재고관리, 뒤떨어진 고객 서비스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최근 IT가 주도하는 유통정보화가 유통분야 곳곳에 스며들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연도별 POS시스템 구축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