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의 한 웹에이전시가 인도네시아 지방정부의 정보화사업을 수주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 정부사업을 수주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게다가 수주액 규모가 자그마치 1000만달러로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을 넘어섰다. 추가발주될 사업까지 감안하면 사업규모는 1000억원대에 이르게 된다. 제조업도 아닌 정보기술(IT)기업의 매출로는 놀라운 수치다.
이처럼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해낸 주인공은 바로 국내 톱 웹에이전시로 꼽히는 FID(http://www.fid.co.kr). 그러나 이 회사 김지훈 사장(30)은 공을 다른 데로 돌린다.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IT업체들에 대한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이 터를 잘 닦아놓았기 때문이죠. 특히 정통부와 소프트웨어진흥원 등의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저희가 아니었더라도 국내업체가 수주했을 것은 확실합니다.”
FID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IT업계에서는 상당히 지명도가 높다. 98년 7월 흔히 말하는 기업체 홈페이지 구축업체로 출발했지만 꾸준히 기술력을 쌓으며 국내외 200여 기업체들의 e비즈니스 컨설팅 업체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업종을 막론하고 해당 분야 톱 기업들은 FID를 e비즈니스 파트너로 선택했다. 삼성·SK·CJ·다음·KT 등이 그들이다. 재수주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기업들의 신뢰도가 높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해 다시 한번 기염을 토했다.
김지훈 사장이 이처럼 짧은 시간에 사업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시류를 잘 탔기 때문이기도 하나 일단 믿고 맡기는 그의 경영 스타일에도 힘입은 바 크다. 그는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과 관계된 전략적인 결정 외에는 담당자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타입이다. 중간관리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보수적인 결정은 대부분 임원들에게 맡기고 저는 진보적인 비전을 찾는데 몰두하는 편입니다. 이런 경영 스타일이 FID가 시장의 변화에 항상 한 박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죠.”
김 사장은 위계질서보다는 평등한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한다. 직원들과 수시로 인스턴트메신저로 대화하는 트인 사장이다. 특히 직원들이 창조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신경을 쏟는다. 신입사원에게는 반드시 사내에 마련된 교육과정인 ‘FID 아카데미’를 수료토록 하고 장기간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원들에게는 해외연수 기회를 주고 있는 것. IT서비스업은 재교육과 재충전이 필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인터뷰 말미에 김 사장은 특별한 주문을 했다. 평소에 꼭 하고 싶었던 말이라면서 자못 진지해졌다.
“이제 웹에이전시 사업은 사업초기 웹사이트 인터페이스 디자인에만 매달렸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웹에이전시라는 용어는 더 이상 저희 산업을 담아낼 그릇이 아니라는 얘기죠. 앞으로는 e비즈니스 통합서비스업체라는 의미에서 이비아이(eBI)라고 불러주십시오.”
사실 웹사이트가 기업홍보 사이트에서 e비즈니스의 핵심도구로 변화하면서 웹사이트 구축사업도 인터페이스 개발차원을 넘어 플랫폼·네트워크·솔루션·전자상거래·금융 등이 제대로 융합되도록 하는 시스템통합사업으로 변모해왔다. eBI라는 용어가 대두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김지훈 사장은 경복고·연세대 철학과·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나왔으며 존경하는 인물은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