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 넘실대는 파도, 그곳에 가고 싶다.’
일에 파뭍혀 사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여름은 무더위와 씨름해야 하는 힘든 계절이다. 그러나 오히려 여름이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정보공학에 근무하는 김종현씨(24)와 드림시큐리티의 박현화 대리(26). 스킨스쿠버 마니아인 이들에게 여름은 푸른 바닷속 친구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일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벤처의 특성상 하루 하루의 일상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전쟁의 연속이지만 항상 청량감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이유도 바닷속 풍경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스킨스쿠버와 인연을 맺은 김종현씨는 ‘NAUI(National Assosiation of Underwater Instructors) 마스터’와 ‘NAUI 인스트럭터(강사 자격증)’스쿠버 다이버 자격증까지 갖춘 프로다.
인스트럭터 자격증은 일반인들을 교육하여 ‘스쿠버 다이버’와 ‘마스터 다이버’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는 강사 자격증으로 김씨는 현재까지 동아리 재학생 3명과 일반인 6명에게 교육하여 자격증을 발급해 줬다.
아버지와는 같은 연세대 스킨스쿠버 동아리 출신이고, 여자친구도 역시 스킨스쿠버 동아리에서 만났다.
“아버지가 연대스킨스쿠버(2기) 활동을 하셨는데 이 동아리 멤버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연대스킨스쿠버 동아리 분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나중에 꼭 연대 들어가서 스킨스쿠버 동아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연세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30기로 스킨스쿠버 동아리에도 가입하게 됐다. 동아리 역사상 최초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가입한 경우가 됐다. 유학기간에 잠시 주춤했던 스쿠버 활동이 동아리 가입 이후 본격화됐다.
“한번 원정을 가면 봄과 가을에는 3박4일 정도로 가고 여름과 겨울에는 보름 정도 여행을 갑니다. 주로 가는 곳은 봄과 가을에는 속초의 동해안으로 가고 여름에는 울릉도, 소흑산도와 같은 섬으로 갑니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운 관계로 제주도로 다이빙을 하러 갑니다. 이번 주말에는 울진으로 떠날 계획입니다.”
김씨는 미국 퍼듀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BCP자격증까지 갖춘 전문 엔지니어로 회사에서 재난복구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가 오프라인의 인연으로 스킨스쿠버를 시작했다면 드림시큐리티의 박현화 대리는 온라인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제가 처음 스킨스쿠버를 접하게 된 것은 활동적인 친구덕이었습니다. 저보다 1년 정도 먼저 다이빙을 시작했던 그 친구에 의해 천리안 동호회에 초대되었고 동호회분들의 경험과 스킬, 웃지 않고는 듣지 못할 해프닝이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2000년 초여름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교육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천리안 스킨스쿠버 동호회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SSI(Scuba Schools International) 소속의 오픈워터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박 대리는 아직까지 첫 다이빙을 했던 제주도 바닷속 풍경을 잊을 수 없다.
편안해지는 고요함, 들어가면서 봤던 색색 물고기들, 일명 놀이터라는 곳에서 무리지어 놀던 모습,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피하던 귀여운 복어새끼, 발 아래로 지나다니던 끝없는 물고기떼 등.
“지금은 회원들과 장난도 하면서 수중결혼식 흉내도 내보는 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그땐 정신이 없고 신나고 스릴있는 첫경험이었습니다. 동해나 서해를 갔을 땐 무서웠던 때도 있습니다. 어두컴컴했던 좁은 동굴속을 지날 때 고래만큼 크게 보이던 해파리가 쫓아왔던 순간, 코앞도 보이지 않던 뿌연 바다, 먼지와 함께 순간적으로 차가워지면서 생명체를 사라지게 만들던 냉수대까지도 신기했습니다. 물론 다이빙후의 뒤풀이 또한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었구요.”
박 대리가 활동하는 천리안 스킨스쿠버 동호회는 500명 가량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과 다양한 정보도 교류하고 바다를 위해서 뜻깊은 행사도 하면서 온라인을 담당하는 운영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도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활동하며 여름에는 바다에서의 스킨스쿠버, 겨울에는 스키타기로 여가를 즐긴다.
회사일로 일정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격주 근무제로 바뀐 올해는 마스터 자격증까지 딸 계획이다.
“곧 어민돕기 불가사리 채취 다이빙을 갈 계획입니다. 여름에는 해외에 가서 상어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스킨스쿠버 마니아인 이들에게는 다이빙할 수 있는 지금부터가 여름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