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비 없이 고공낙하 20회, 영하 40도와 영상 80도에서 200시간 버티기’
스파이 영화에서 나올 법한 훈련과정으로 보이나 이는 해외 보안장비 업체가 요구하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내구성 평가항목이다. 국내 DVR업체들은 의욕적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량 수출이 가능한 유력 보안장비 업체의 내구성 평가기준이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3대 보안장비 업체 가운데 하나인 펠코의 경우 8가지 내구성 평가를 3개월에 걸쳐 진행한다.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까다롭다. 다른 대형 보안장비 업체의 기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격테스트는 아무런 보호장치를 갖추지 않은 23.5㎏ 무게의 DVR 20대를 61㎝ 높이에서 20회 떨어뜨린다. 같은 각도로 떨어뜨려도 손상되기 십상인데 각 면과 모서리마다 낙하테스트를 한다. 물론 모든 테스트는 단 한 대의 내부 손상도 없어야 합격이다.
온도 테스트는 더욱 가혹하다. 남극을 방불케하는 영하 40도와 한증막에 버금가는 영상 80도에서 200시간을 버텨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마철 환경인 85%의 습도를 더하기도 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해도 영상 40도에서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DVR를 실행해 문제점이 생기면 탈락이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실제 최근 미국 보안장비 업체에 수출을 하려던 DVR 업체들이 연이어 계약에 실패했다. 미국 업체의 테스트를 받던 A사의 경우 낙하테스트에서 탈락했으며 일본에 수출하려던 B사 역시 고온테스트에서 제품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펠코에 DVR를 공급하는 피카소정보통신의 김동연 사장은 “일반 하드웨어 제품에 비해 DVR는 보안장비라는 특성이 있어 품질평가기준이 매우 엄격한 편”이라며 “많은 국내 DVR 업체들이 영상처리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내구성 강화가 없다면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