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 1명당 품질테스터 1명을 운영한다. 선진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들도 개발자 4명당 테스터 1명을 두고 SW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테스터라는 직종 자체가 생소하다. 국내 SW품질관리 분야의 선발주자로 등장한 삼성SDS가 개발자 7명당 테스터 1명을 두고 있을 뿐이다.
국내 SW산업계는 품질에 대한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SW 프로젝트 가격, 사후관리비용을 산정하는 데 객관적이지 못하다. 일반적으로 SW 프로젝트 가격을 연구개발 투입인력 수를 기준으로 결정하고 사후관리를 거의 무료로 진행하는 형편이다. SW개발에 투입된 노하우와 연구개발능력에 대한 평가(가치산정)작업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국산 SW 해외수출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등장한다. 해외시장에서는 SW를 구입하기 전에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SW업계는 국제적인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험인증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실제 일부 SW업체들은 4만달러 이상의 경비(체재비+시험인증료)를 들여가며 해외기관에 직접 인증을 신청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산하 SW시험센터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이 센터는 지난해 12월 미국 3대 민간 SW 시험인증기관인 베리테스트(VeriTest)와 상호인증계약을 체결,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시험인증을 대행할 계획이다.
지난 87년 설립된 베리테스트는 북미와 유럽에 걸쳐 유니시스·컴팩·선·IBM·HP 서버를 갖춘 데이터센터의 실험실에 350여명에 달하는 테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베리테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2000 로고 인증서비스를 비롯해 AT&T와이리스·IBM·노벨·팜 등 유명기업의 SW 인증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세계 SW소비자들이 ‘베리테스트 인증제품을 사용하면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신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1월 현재 세계적으로 386개 SW기업이 베리테스트 인증을 획득하고 해외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국내업체도 SW시험센터의 베리테스트 인증대행서비스를 통해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W시험센터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SW 품질관련 벤치마크테스트(BMT)서비스와 공개연구실(open lab)을 운영함으로써 SW 시험환경을 구축키 어려운 기업에 시험장비와 장소, 인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SW시험센터측은 “SW 인증과정에서 기술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증 후 국내외 마케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인증업체를 대상으로 금융혜택을 주는 한편 공공기관 납품시에 별도의 테스트를 하지 않는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SW산업계와 정부가 SW 품질테스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년여에 불과하다. 때문에 시험환경이 열악하고 테스팅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따라서 국제적인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SW 품질인증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