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위원회가 벤처지정기업에 대한 코스닥등록 특혜 축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벤처기업들의 코스닥등록 심사 통과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데다 등록심사가 더욱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등록심사를 준비하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등록심사 통과율은 51%로 지난해 81.7%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1월 14일 강운태 민주당 제2 정책조정위원장은 벤처기업의 코스닥등록 심사때 재무적 요건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자본잠식 상태, 부채비율, 경상이익 실현 등 재무적 기준을 새로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스닥위원회도 올해초 벤처기업의 자본잠식 등 심사요건 강화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전문기관에 의뢰해 4월말이나 이달초까지 등록심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벤처 지정 기업에 대한 코스닥등록 특혜 축소 방침도 벤처기업 등록 심사 강
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향후 정보기술(IT)기업이 대부분인 벤처기업의 코스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위원회는 벤처기업에 대한 등록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벤처 지정 기업들에도 6가지 양적 심사 요건을 적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은 6가지 양적 기준 중 어떤 부분이 벤처기업 심사요건에 포함될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벤처기업들은 일단 6가지 요건이 모두 적용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벤처기업 특례 현황=최근 3년간 벤처기업 특례가 적용된 사례는 총 70건이다. 표참조
이 중 업력 요건을 면제받은 건수는 47건으로 전체의 67% 수준이다. 경영성과 요건 면제 사례는 지난 99년 7건, 2000년 1건으로 총 8건이며 부채비율 요건 면제 사례는 99년 1건, 지난해 14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이나 자본상태, 즉 자본금이 5억원 미만이고 최근 사업연도말 현재 자본잠식이 있는 기업이 특혜를 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는 코스닥 등록시 벤처 기업들이 양적 요건은 충족시키지 않아도 되지만 질적 요건은 부합해야 하므로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열악한 재무상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재무 안정성’ 등 질적 심사 요건에 미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주간사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기업 선정시 재무상태 등을 엄격히 확인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어 등록 준비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대책마련 부심=그동안 벤처 특례 적용기업 중 사업연수 미달(3년 미만) 기업들의 비율이 가장 많았던 만큼 이 부분이 심사 요건에 포함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스닥위원회는 이들 기업에 대한 등록 후 수익성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업력이 짧은 벤처기업들은 아직 시장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기업들은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후 대부분 수익성이 현저히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력이 짧은 기업들의 경우 사업연수 3년 이상이 될 때까지 등록을 연기할 방침이다.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한 벤처기업 사장은 “업력은 짧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코스닥시장에 무난히 등록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등록요건이 강화되면 업력이 짧아 시장성 검증이 미흡한 기업이 가장 먼저 철퇴를 맞을 것으로 예상돼 등록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혜를 받은 기업은 없었지만 향후 재무상태, 수익성 등을 중시하는 쪽으로 등록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본금이 적거나 자본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기업 그리고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증자 등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설 방침이다.
◇전망=이러한 벤처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적 요건에 부합되지 않은 기업들이 높은 코스닥 등록의 문을 통과하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력이 짧은 기업들의 경우 사업연수 3년을 채운다고 해도 시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열악한 재무상태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코스닥등록 심사 기준이 강화될 경우 벤처기업들의 최대 자금줄인 벤처 캐피털들의 투자도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벤처캐피털 사장은 “그동안 벤처기업에 대한 등록요건이 너무 낮아 사실상 이들 기업이 등록한 후 퇴출시킬 명분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등록요건이 강화되면 퇴출요건도 강화될 수 있어 벤처캐피털 투자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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