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까.
정부의 KT지분 28.37% 매각을 위한 청약을 닷새 남긴 가운데 대기업과 기관투자가, 일반투자자들은 KT지분를 위한 막바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분인수 경쟁은 새로운 재계 질서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어느 기업이 얼마 만큼의 지분을 인수할지 재계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 등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15%의 전략적 투자자로 등극하는 데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인수전은 다소 맥빠진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수요 예측 조사를 통해 공모가를 산정하는 북빌딩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공모가가 정부와 주간사의 기대에 다소 못미칠 것으로 관측됐다. 북빌딩의 가격 범위는 16일 종가를 기준으로 상하위 6% 범위로 정해졌으며 현 분위기로선 공모가가 하위 범위에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더욱이 업계와 증권가 관계자들은 상당수 물량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민영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만 정부와 KT는 완전 매각을 자신하고 있으며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생긴다 해도 소규모에 불과해 상반기 중 완전히 민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을 놓고 업계에선 정부가 몇몇 대기업에 지분인수를 암묵적으로 요구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관심은 어느 기업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쏠렸다. 현실적으로 전략적 투자자를 희망하는 대기업이 없어 여러 대기업이 많아야 2∼3% 수준에서 균등하게 나눠갖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켠에선 뜻밖의 대기업이 적잖은 물량을 소화하거나 또는 2∼3개 대기업이 공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은 지난주 이건희 회장의 불참 발언은 경영권 인수를 의미하는 15%의 지분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말한 것일뿐 투자 목적의 지분매입에는 참여하겠다고 밝혀 지분인수엔 참여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인수 규모는 예상보다 소폭일 것으로 점쳐졌다. 업계는 삼성은 전자와 계열 금융사를 통해 주간사인 삼성증권의 최소인수물량 0.6%(200만주)를 포함해 3% 안팎의 지분을 인수한 다음 후일을 기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삼성이 장비공급권 등의 사업을 위해 일부 지분을 매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장비공급권을 위한 최소한의 물량은 인수키로 하고 주초 인수 물량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전자를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일부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LG구조본 관계자는 “KT지분 인수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SK은 KT지분 매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 투자용으로만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삼성의 참여를 전제로 했던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예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장비 문제가 걸려 있는 삼성이나 LG와는 다르지 않느냐”면서 “(삼성의 참여나 투자 매력 등)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지분인수의 이점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효성 역시 KT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어느 정도의 지분을 인수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며 내부적으로는 지분인수 참여 의견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림산업도 외환위기 이후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앞세워 KT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18일 이틀간 청약에 들어가는 기업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통신부의 KT지분 매각자금은 교환사채(EB)를 포함해 모두 5조원에 이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