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는 아날로그 제품인 CCTV를 대체하는 디지털 방식의 영상 감시 장비다. CCTV에 비해 동영상 품질이 우수하고 장시간 녹화가 가능하며 여러 번 재생해도 동영상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전송 및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네트워크 도입이 일반화되고 있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DVR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세계 CCTV 시장은 연간 3조5000억원 규모이며 DVR은 이를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
◇시장 현황=지난 9·11 테러 이후 세계 DVR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CCTV 시장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DVR 시장의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JP프리맨은 2001년 약 3조5000억원인 세계 CCTV 시장 규모가 2003년까지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DVR는 2005년 이후에 CCTV 시장의 약 5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은 DVR 시장이 2000년부터 연평균 120.2% 성장해 2003년 이후에는 16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DVR 업체들은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DVR 업체들의 수출 실적은 2000년 170.4%, 2001년 233.1%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아이디스, 코디콤, 피카소정보통신 등의 업체가 100억원이 넘는 수출을 이뤘으며 성진씨앤씨, 포스데이타, 하이트톤 등의 업체도 100억원에 가까운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DVR 업체들은 작년에 비해 2∼3배의 수출 목표를 세워놓았으며 이 목표가 달성될 경우 4000억원 정도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DVR 업체들은 금융권이나 유통 시장을 주로 공략해 왔는데 최근 스탠드얼론형 제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시장이나 홈시큐리티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국산 경쟁력=DVR는 동영상 녹화와 실시간 재생, 데이터 전송, 원격 감시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능이 경제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문제는 얼마나 영상 데이터를 작게 압축하고 이를 최대한 품질을 보존하며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DVR의 성능을 좌우한다.
국내 DVR 업체의 기술력은 이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여러 DVR 업체들이 최대 16채널의 초당 30프레임 재생을 지원하고 있으며 몇몇 업체는 16채널의 초당 30프레임 녹화까지 구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16대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아날로그 동영상을 디지털 동영상 수준의 화질로 녹화하고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초당 재생 수가 많으면 데이터 용량이 커지게 마련이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를 뛰어난 압축률로 해결했다. 현재 국내 DVR 업체들은 16채널의 초당 30프레임 동영상을 프레임당 3 내외에 구현하고 있다.
파나소닉, 소니, 센서매틱 등 국내 업체보다 앞서 DVR를 개발한 해외 DVR 업체들의 경우 부분적으로 국산 제품보다 좋은 품질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국산 제품이 외국 제품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특히 외국 제품은 원격 제어를 위한 컨트롤러나 다중 영상 장비 등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지만 국산 제품은 대부분 기본 장착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품질 면에서 국산 DVR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가격대 성능비로 평가하면 다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과제=현재 국산 DVR의 경쟁력은 매우 높지만 후발 주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후발 주자는 대만과 중국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이미 개발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유통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만은 특유의 하드웨어 개발 능력을 앞세워 저가형 제품에서 국산 제품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1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중저가 제품의 기술 격차는 올해 말이면 거의 같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싼 임금과 해외 기술 유치를 무기로 DVR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국산 DVR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과 기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판이다.
기술은 개별 업체들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아쉬운 상황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DVR에 필요한 멀티미디어 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산·학 협력 모델이 없는 상태다.
원가 절감 면에서도 많은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국산화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12개 주요 DVR 업체들로 구성된 DVR협의회가 한국전자산업진흥회와 협력해 DVR 부품의 공동 개발 및 HS코드 개정 노력을 펼치고 있다.
DVR 부품 개발은 수입에 의존하던 디코더 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코더 칩은 촬영한 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바꾸는 DVR의 핵심 부품으로 DVR에 연결되는 카메라 대수만큼 필요하다. 또 수출용 원자재 관세 환급에 필요한 HS코드 변경을 통해 원가 절감을 꾀하고 있다. DVR협의회의 의견대로 HS코드가 변경될 경우 수입 관세 환급 금액이 50% 늘어나 수출 경쟁력 제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DVR의 동영상 압축 방식
DVR는 한정된 용량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므로 데이터를 압축한다. 데이터 압축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DVR 업체가 채택하는 것도 다양하다. 현재는 모션 JPEG나 H.263, MPEG1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점차 차세대 동영상 압축 방식인 MPEG2나 MPEG4로 옮겨가고 있다.
△모션JPEG:이미지 압축 방식인 JPEG을 연속해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영상 압축률은 JPEG과 마찬가지로 최대 30대1 정도다. 보통 10대1이나 20대1 정도를 유지한다. 압축 속도가 빠르고 프레임 단위의 편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압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MPEG:이미지 자체의 압축뿐 아니라 시간의 중복을 제거해 압축률을 상당히 높였다. 보통 8대1에서 30대1 정도를 유지하지만 최대 100대1로도 압축할 수 있다. 압축은 비실시간으로 이뤄지며 복원은 실시간으로 되는 비대칭형 압축 방식으로 압축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다.
△H.263:MPEG과 유사한 압축 방식으로 영상 통신용 기술 표준이다. MPEG과의 차이점은 동영상 크기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압축 영상의 용량이 클 경우 화질을 떨어뜨려 용량을 줄일 수 있다. 동영상 품질은 높지 않지만 전화선을 이용한 동영상 전송에는 최선의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MPEG2:기본적인 구조는 MPEG1과 거의 같다. 단 전송속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MPEG1은 초당 200 정도를 전송하기에 적당한 방식이지만 MPEG2는 이 속도를 초당 12MB까지 끌어올렸다. 디지털TV나 DVD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해상도 조정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MPEG4:최근에 만들어진 동영상 압축 방식으로 무선인터넷 환경에 적합하도록 초당 8 이하의 동영상 전송 환경을 지원한다. 주로 PDA나 영상 전화, 멀티미디어 방송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원격 감지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DVR 수출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