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육체와 정신으로 이뤄진 살아있는 최고의 시스템이다. 사람의 육체는 수많은 물질과 조직으로 이뤄진 물질공간이며, 정신은 무한한 정보의 창조와 흐름이 일어나는 정보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기능과 역량은 육체와 정신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을 때 최고가 된다. 국가·사회경제·가정이라는 시스템도 그것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공간과 정보적인 공간이 잘 연계될 때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발전할 수 있다.
내부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물질적 요소나 조직(물리공간)들과 휴먼정보시스템을 담당하는 뇌, 그리고 신경세포(전자공간)간의 최적 연계와 통합이 이뤄지는 제3공간의 구현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적 요소(세포라는 공간)에는 유전자 정보를 전달하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변화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고성능 센서가 내장된 셈이다. 또한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뇌를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신경망을 통해 연결된다. 이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식별·감지·추적·작업을 한다. 바로 이것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간의 연계와 통합을 지향하는 제3공간 또는 유비쿼터스 공간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3공간, 즉 유비쿼터스 공간의 구성요소들은 무엇일까.
제3공간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는 공간의 형태다. 제3공간은 물리공간이나 전자공간의 연계가 실현된 공간이다. 제3공간의 성공은 공간의 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제3공간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환경과 사물(상품·기계·건조물·생물 등)에 어떠한 기능을 가진 칩·센서·에이전트 등을 탑재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공간에서의 자기 위치와 ID를 지속적으로 지각·추적할 수 있는 기능의 범위와 주소체계(Ipv6)의 활용 여부, 그리고 어떠한 공간 범주를 갖는 네트워크에 의해 접속되고 자유롭게 연결되도록 설계되느냐도 제3공간의 형태를 결정한다. 이와 함께 제3공간이 바로 주변의 공간이냐, 별도 공간이냐, 아니면 그것보다 더 넓은 지역의 공간이냐에 따라 그 형태가 바뀌고 이러한 공간이 얼마나 장애없이 사람과 연계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두 번째 제3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는 활동과 기능이다. 우리가 제3공간을 개척해야 하는 이유도 물리공간과 전자공간간의 최적 연계를 실현하는 제3공간의 활동과 기능 때문이다. 제3공간의 활동과 기능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것은 ‘공간형 서비스 활동’과 ‘사물들간의 기능공동체공간’이다. 즉 사람이 원하는 활동과 기능을 목적으로 환경과 사물의 지능화는 물론 사물들의 네트워크화된 커뮤니티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을 예로 들면 가정이라는 물리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과 가전기기들에 컴퓨터가 내장되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가전제품간 지능형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나 애완동물의 위치, 상태감시, 원격진료와 처방 등을 휴대단말기를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애완동물 커뮤니티 공간 등이 가능하다. 특정 회사에서 생산한 상품·부품·장비 등의 가동 및 고장상태, 라이프사이클 등을 언제 어디에서나 지각·감시·추적할 수 있는 생산물 커뮤니티 공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사물이 네트워크화된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혁신적인 사건이다. 제3공간의 가능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물간의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이 일일이 신경 써서 조작하거나 통제할 필요 없이 사물에 내장된 컴퓨터(임베디드 시스템과 지능형 에이전트)가 알아서 업무를 수행하고 정보 송수신을 처리해 주기 때문이다. 제3공간의 물질적 커뮤니티 기능이 확대되면 ‘u정부(government)’ ‘u산업(industry)’ ‘u커머스(commerce)’ ‘u교육(education)’ ‘u홈(home)’ 등 국가적·사회경제적으로 보편적 기능공간의 재창조도 가능해진다.
제3공간의 세번째 구성요소는 수많은 기반구조다. 제3공간의 기반구조는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근간으로 광대역 유무선 네트워크 통합기반과 사물에 칩이나 센서 등을 탑재하는 기술, 위치확인 등의 응용기술, 사용자 편의성이 증대된 플랫폼과 다양한 기능의 단말기, 암호·보안·인증 등의 시큐리티 기반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같은 구성요소들을 결합하는 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로도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해야 한다. 또 의식하지 못하도록 조용하고 편안하게 접속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다차원 지속화(seamless)를 실현하고 물리공간과 전자공간, 그리고 휴대단말기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제3공간을 흘러다니는 정보는 언제나 최신정보라야 한다. 신선도 높은 지식은 제3공간 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제3공간은 살아있는 공간이며 진화할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향후 제3공간에 필요한 수많은 단말기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물질에 내재될 컴퓨터도 바코드 수준만큼 저렴해질 것이다. 그만큼 제3공간은 공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올해 발간한 ‘유비쿼터스·네트워크와 시장창조(2002.2)’를 통해 오는 2005년 일본 산업 생산액이 2.2%(58조엔) 정도 증가하는 과정에서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도약도 제3공간(유비쿼터스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개척하느냐에 달렸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박스>제3공간의 기본구도
제3공간의 기본구도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관계구도 아래 3가지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는 물리공간의 전자화 연계구도, 유비쿼터스 이념과 정보기술 연계구도, 유비쿼터스 서비스간의 연계구도 등이 포함된다. 제3공간은 이 3개의 연계 기본구도가 잘 짜여질 때 국가적·경제사회적 발전의 성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첫 번째 기본구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물리공간의 구성요소들에 컴퓨터를 집어넣음으로써 모든 사물의 전자화·지능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30만대 가까운 중장비, 2만여개의 교량, 1500개의 각종 관측소가 있다. 국가적·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이러한 사물들을 가능한 많이 칩과 센서 등을 이용해 지능화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소·돼지와 같은 가축과 보호수, 비닐하우스, 학교의 책상, 전신주 등 컴퓨터를 심어 전자화할 수 있는 사물은 무수히 많다.
두 번째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네트워크에 접속, 연결될 수 있도록 유비쿼터스 개념과 정보기술 기반체계들을 정립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정보사회의 이념은 아직도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고 기술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미완성 단계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도적인 정책과 기술개발, 상용화 실험, 국제 표준화 등 제3공간을 개척하는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자세다.
세 번째는 제3공간의 애플리케이션 구도를 확립하는 작업이다. 국가·경제사회·개인과 같은 주체별은 물론 정부·산업·금융 등 기능별로도 공간적 범주에 따라 제3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구도가 종합적으로 짜여져야 한다. 이러한 구도가 잘 짜여질 때 비로소 제3공간의 발전적인 모습이 구현된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서 도로의 안전성에 관한 메시지를 서로 교환하는 동시에 산과 도로, 건물들 중 이용자가 관심 있는 것을 선택하면 관련 정보가 곧바로 전달되고 집에 계시는 노모의 건강상태까지 체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단말기를 한번도 직접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사물·공간·기능의 변화가 연속해서 자동으로 연결된다.
일본은 이미 총무성 정보통신정책국 주관으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기술의 장래 전망에 관한 조사연구회’를 구성하고 유비쿼터스 연구개발 동향 분석과 함께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같은 제3공간의 기본구도 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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