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법인이 특허권을 보유한 상품·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할 때 국제표준기관들은 이들에게 기술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반해 한국은 기술료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규격을 국가표준으로 수용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해당 개인이나 기업들이 기술료를 받을 수 있어 형평에도 어긋나는 실정이다.
13일 관련부처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국가표준을 제정할 때에 해당 상품·기술을 보유한 개인이나 법인이 기술료를 받지 않는다고 사전에 합의해야만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산자부와 정통부 관계자는 “산자부의 국가표준 규격인 KS나 정통부의 국가표준 규격인 KICS는 제정지침에 특정인의 제품이나 기술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경우에는 제정에 앞서 관련업계가 기술료를 받지 않는다고 합의해야만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무기술료 방침은 국가가 특정 개인이나 회사가 소유한 상품·기술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했을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무기술료 원칙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ISO 등 국제표준기관에서는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을 표준규격으로 채택했을 경우 해당 특허권자가 기술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국제표준을 국가표준으로 수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특허권자가 기술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국제표준으로 제정한 MPEG2·MPEG4 규격에 상당부분 자사 기술이 채택돼 지난해에만 1800만달러의 기술료를 거둬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100억원의 기술료를 받았으며 매년 기술료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산자부의 KS나 정통부의 KICS는 아무리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이라도 소유권자가 기술료를 받겠다고 고집할 경우에는 사실상 국가표준으로 채택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이는 국가표준을 통해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돼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무기술료 방식 국가표준 제정방침은 기술료에 대한 사전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우수한 상품이나 기술을 신속히 국가표준으로 제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며 자칫 이보다 못한 기술이나 상품을 국가표준으로 제정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표준 제정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우수한 기술이나 상품을 로열티 없이 제공하려는 업체나 개인이 드물어 국가표준 제정 때마다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토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이동전화단말기 한글입력방식 표준화도 업체들이 무기술료에 합의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됐으며 이마저도 일부 업계가 반발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기술료를 징수할 수 있어 스스로 많은 돈을 들여 표준화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기술료 없이 기술을 제공하라는데 누가 국가표준화 작업에 적극 동참하겠느냐”며 국가표준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