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 국제인증 `Wi-Fi` 비용 많이들어 업체 `골병`

 국내 무선랜 업계가 Wi-Fi 인증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무선랜 사업이 유망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벤처기업들도 잇따라 무선랜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Wi-Fi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Wi-Fi 인증은 미국에 위치한 무선이더넷호환연합(WECA)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무선랜 제품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인증제도다. 비록 이 제도는 국제법에 의해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현재 전세계 무선랜시장에서 일종의 품질보장마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무선랜 업체들은 제품을 개발하면 가장 먼저 WECA측에 Wi-Fi 인증을 신청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KT가 대규모 무선랜 장비구매를 하면서 이를 입찰자격 요건으로 달아 국내업체들도 Wi-Fi 인증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Wi-Fi 인증을 위해서는 2만달러에 달하는 연간회비와 인증 1건당 1만5000달러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무선랜 업계에는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동일 제품군이라도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경우는 매번 또다시 인증을 받아야되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보다 빠른시간에 공정한 인증테스트를 받기 위해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미국 현지로 출장을 가게되면 이들의 체류비용까지 보태져 업체들이 안는 부담은 더 커진다.

 실제로 국내업체 중 활발한 제품개발로 유명한 A사와 B사는 지난해 이후 Wi-Fi 인증에만 10만달러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가 재정적으로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올해 무선랜사업을 시작한 대부분의 업체들도 인증비용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잘나간다는 국내 무선랜업체의 연간 매출이 20억원 안팎 수준인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인증비용으로 인해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처럼 Wi-Fi 인증으로 인한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자 적어도 내수용에 한해서는 적지않은 외화를 낭비해야 하는 Wi-Fi 인증보다는 정부차원에서 검사기관을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i-Fi 인증이 해외시장에서는 필수사항인 만큼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수출이 아닌 내수용 제품에 대해서는 정부 지정기관을 통한 인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무선랜 개발업체인 크리웨이브의 강현구 사장은 “아직 매출이 많지 않아 연구개발비 조달도 버거운 상황에서 이러한 인증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규모가 작은 국내 무선랜 업계에는 큰 부담이 된다”며 “정부차원에서 지정 인증기관을 운영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