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게임CEO 게임실력 "장난이 아니네…"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마니아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인기 프로게이머의 경우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많은 고정팬을 몰고 다닌다.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게임종류도 다양해 간단한 보드게임에서부터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이르기까지 연령대와 성향별로 많은 종류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 게임의 경우는 게임중독증이 우려될 정도로 많은 게이머들이 몰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 게임을 개발했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임업체 CEO들은 과연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고 게임을 즐기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게임업체 CEO도 일반 게이머들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선호하고 있다.

 개발자 출신 CEO들은 대부분 마니아급으로 아직도 좋아하는 게임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 즐기지만 여성 CEO나 일부 나이가 많은 CEO들은 자사 게임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차원에서 게임을 즐기는 수준이다. 또 좀 더 나은 게임개발 또는 게임산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학습형 스타일도 있다.

 ◇마니아형=CCR 윤석호 사장과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 시노조익의 김성민 사장, 한게임의 김범수 사장 등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나 RPG 등을 중심으로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있는 게임 마니아다. 이들은 특히 새로 나온 게임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한번씩은 해 볼 정도의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CCR의 윤 사장은 바쁜 와중에도 1주일에 10시간 가까이를 게임에 투자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RPG인 ‘디아블로’에 빠져 레벨을 99까지 올릴 정도로 몰입하는 유형이다. 지금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엠파이어어쓰’에 몰두하고 있는데 ‘다른 CEO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다. 물론 자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포트리스’도 가끔 해보고 있지만 테스트를 할 때 지겨울 정도로 많이 해 아직도 웬만한 게이머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윤 사장은 이밖에 ‘스타크래프트’와 ‘카멜롯’ 등도 짬짬이 지속하고 집에 PS2와 X박스도 설치해 게임을 즐기는 게임광이다.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과 시노조익의 김성민 사장도 개발자 출신 CEO답게 못하는 게임이 없는 마니아다. 특히 김 사장의 경우는 게임이 좋아 대학도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게임유학을 하고 온 인물로 시중에 나와있는 게임은 모두 해봤다. 요즘에는 ‘카운터스트라이크’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매판 킬 수가 10∼20에 달할 정도로 실력도 만만치 않다. 김 사장은 이밖에도 ‘메달오브오너’와 ‘히트맨’ 등은 모두 수차례씩 엔딩을 봤다고 한다. 지금은 ‘히트맨2’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사장도 웬만한 게임은 모두 상위그룹에 속한다. 최근에는 ‘버츄얼파이터’와 같은 격투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는데 특히 ‘버츄얼파이터’는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고수다.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과 디아블로류의 RPG에도 능하다. 요즘은 일이 많아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을 하루에 1∼2시간으로 줄였지만 그래도 꾸준히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한게임의 김범수 사장은 개발자들과 함께 실전을 해가며 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경우는 모든 게임의 레벨이 영웅 이상이며 한번 시작하면 3∼4시간 정도를 투자할 정도로 몰두하곤 한다. 스타크래프트 실력도 수준급으로 부인과 함께 배틀넷에서 2대2로 게임을 해도 승률이 80%를 넘을 정도다. 최근에는 아들과 함께 디아블로를 즐기고 있다.

 ◇학습형=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과 위즈게이트의 손승철 사장, 넥슨의 정성원 사장 등이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대부분 게임개발자 출신으로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량의 게임을 즐기는 동시에 이를 분석해 자사 게임에 적용하거나 차기 게임기획에 활용하는 스타일이다. 김 사장은 어떤 게임이라도 조금만 접해보면 대강의 내용과 방법 등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지만 ‘리니지’에는 사용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1주일에 5시간 정도를 투자한다. 레벨은 25 정도. 예전에는 텍스트 머드게임인 ‘넷핵’에 몰두한 경험이 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그래픽 머드게임을 선호했으며 최근에는 자녀들과 함께 쉽고 아기자기한 비디오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다.

 손 사장은 마니아는 아니지만 이것 저것 다 잘하는 스타일로 1주일에 3∼4시간 정도를 게임에 투자한다. 주로 바둑과 장기 등의 보드게임과 범버맨·웜즈 등의 미니게임을 즐긴다. 3∼4년 전에는 ‘워크래프트2’를 비롯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푹 빠져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해 게임사업을 시작했지만 게임을 사업으로 시작하고부터는 유저라기보다는 개발자로서 다른 게임에 접해보며 분석하는 입장으로 바뀐 경우다.

 넥슨의 정성원 사장은 마니아들처럼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지만 입맛에 맞는 게임이 나오면 하루에 3∼4시간을 지속해 부인에게 구박받을 정도로 빠져들곤 한다. 스타크래프트와 삼국지 등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특히 좋아하며 출장중에는 파이널판타지를 즐기기도 한다. 지난 2001년 넥슨 대표를 맡으면서부터는 공부 차원에서 게임을 해보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최근 디아블로와 메달오브오너 등을 즐기고는 있으나 같은 맥락에서 해보는 수준이다.

 ◇비즈니스형=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과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 웹젠의 이수영 사장 등은 비즈니스를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자사 게임을 위주로 해보는 수준이다. 여성 CEO인 정 사장과 이 사장은 자사 게임에 대해 테스터로서 해보는 정도다. 정 사장은 보드게임인 ‘주사위의 저녁’을 가끔 해보는 것이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의 전부이며 이 사장도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인 ‘뮤’를 개발하면서 테스트 차원에서 해봤고 일을 위해 다른 게임도 이것 저것 건드려보기는 했지만 요즘은 게임할 시간을 거의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김 사장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젊었을 때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위저드리’에 빠져 밤을 새운 경험도 있지만 요즘엔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자사에서 공급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의 경우는 썩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처럼 즐길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