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체계가 다른 계열 사이트를 무조건 통합시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다.’
‘이제는 내부혁신과 더불어 외부와의 접점을 강화하는 e비즈니스 체제를 준비할 때다.’
삼성그룹이 글로벌 경영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이트 통합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 글로벌사이트(http://www.samsung.com)와 삼성전자 글로벌사이트(http://www.samsungelectronics.com)의 통합을 놓고 내부적으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통합을 추진하는 전자 정보전략그룹에서는 “그룹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이트 통합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반면 구조조정본부측은 “사이트 통합에 대한 세부방침도 세워지지 않았는데 연내 구축이 무슨 소리냐”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특히 구조본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사이트 통합이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전자그룹 이미지가 강한 삼성의 접점 제공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인트라넷과의 연결, 하부 인프라 개선 등의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반해 삼성전자측은 전세계 삼성그룹 거래파트너들을 대상으로 거래 경로와 정보 등을 보다 쉽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이트 통합은 외부에 대응하는 e비즈니스 환경 구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사이트 통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지자 삼성전자측도 당초 목표를 수정하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 이외 다른 계열사들의 사이트도 글로벌 사이트로 편입시키겠다던 당초 목표에 대해 “현재로서 그럴 여력이 없다. 그룹·전자 사이트 통합만으로도 힘에 벅차다”고 말을 바꿨다.
구조본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그룹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이트 통합에는 삼성전자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 있다”면서 “그룹에서 차지하는 전자의 비중이 큰 만큼 상징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samsung.com’이 여러 계열사들이 모여있는 사이버 공간임을 감안할때 관련회사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구조본은 “전자는 이미 반도체 부문 3개사의 B2B 사이트 통합을 추진하는 등 단일 사이트를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선 상태”라며 “자칫 이번 글로벌 사이트 통합이 그룹=전자라는 이미지로 굳어진다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계열사 역시 사이트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삼성SDI의 고위관계자는 “단일 사이트를 통한 대외홍보도 좋지만 전자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그룹·삼성전자 글로벌 사이트 통합추진을 일단 ‘선진 e비즈니스 기업도약을 위한 외부환경 구축’으로 평가했다. 최근 사이트 통합을 검토중이라는 다른 그룹 관계자는 “이미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각 사업부의 B2B·B2C 판매·구매행위를 단일 사이트상에서 구현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사이트 통합은 외부 파트너들에 단일 접점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